[사설] 구청들, 특정단체에 행정 지원 제정신인가

@무등일보 입력 2020.05.21. 18:45

광주 일선 구청들이 지역내 기관이나 단체, 기업인 등 일부 유력인사들의 친목 모임에 행정 지원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회원 명단 관리는 물론 모임 연락이나 회의자료 준비까지 지원 내용도 다양하다. 심지어 모임 자리에 공무원들을 동원해 참석자들에게 명찰을 배부하고 좌석 안내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구청 행정이 이렇게 폭넓고 세심한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지원 내용으로만 봐도 그 꼼꼼함이 새삼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각 자치구마다 사적인 친목 모임이 한둘이 아닐텐데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그렇지 않다면 불공정 행정으로 지탄받고도 남을 일이다.

현재 구청장·주요 직능 단체장·지역 기업인 등이 가입해 운영 중인 친목단체는 동구 '광동회' 서구 '서광회' 남구 '남광회' 북구 '북광회' 광산구 '광친회' 등이다. 모임 참여 인사들도 인사들이지만 그 모임 이름만으로도 권위와 위압감이 엿보인다. 행정지원을 하지 않으면 안될 단체들처럼 느껴질 법하다.

문제는 이들 단체들이 친목을 위한 사적 성격의 단체라는 것이다. 그런 모임에 오랜 세월동안 주민 혈세가 들어가는 구청의 행정 서비스가 지원돼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실제 지난 11일 오후 진행된 서광회 모임에 서구청 행정지원과 소속 공무원 3명이 동원돼 참석자 명찰 배부와 좌석 안내 서비스를 제공해 논란을 부추겼다. 다른 구청들도 회원명단 관리나 연락 업무 등을 대신 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구는 구청 차원의 행정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구청들은 지역발전과 원활한 구정 운영을 위해 협조를 구하는 자리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례적'이란 해명도 내놓고 있다.

해명치곤 궁색하다. 구청들이 협조를 구해야 할 대상은 특정 직위나 영향력을 가진 일부 인사들이 아닌 지역내 모든 주민이어야 한다. 이들 모임이 실질적으로 구정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상호 윈-윈 관계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구청들은 규정에 없는 행정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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