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관포지교의 진정한 의미

@정지아 소설가 입력 2021.06.06. 12:50

영원히 변치 않는 참된 우정을 일컬어 관포지교라 한다. 관중과 포숙아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다. 가난했던 관중은 걸핏하면 포숙아를 속였다. 두 사람이 함께 장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득을 분배할 때 관중은 어떤 해명도 없이 포숙아보다 많이 가져갔다. 포숙아를 위해 무슨 일을 하려다 실패해서 도리어 해만 끼친 적도 있었고, 세 번이나 벼슬을 하다 쫓겨나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은 관중이 부정해서 쫓겨났다고들 수군거렸지만 포숙아는 어떤 비난도 하지 않았다. 관중이 전쟁에서 싸우다 번번이 도망쳤을 때도 사람들 모두 비겁하다고 욕했지만 포숙아는 욕하지 않았다. 온 세상이 등을 돌릴 때 오직 포숙아만이 관중의 곁을 지킨 것이다. 그래서 관중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나를 낳은 이는 부모이고,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

어린 시절, 나는 포숙아와 같은 친구를 갖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정작 나는 누구에게도 그런 친구가 되어준 적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포숙아는 왜 이기적이고 비겁한 관중을 품어주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관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포숙아와 똑같이 이득을 나눠서는 살기 어려운 형편이었던 것이다. 사소한 부정을 저지른 것 또한 가난 때문이었고, 전쟁터에서 비겁하게 도망친 것은 봉양해야 할 늙은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알고 나면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기 어려운 법이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실시되기 전, 칠판에는 언제나 공납금을 내지 못한 가난한 아이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학생보다 실적을 더 중시하는 몇몇 선생들은 그 아이들이 죄인이나 된 듯 일일이 호명하여 일으켜 세우고, 당장 공납금을 받아오라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학교에 오자마자 다시 집으로 쫓겨간 아이들 중 누구도 공납금을 들고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언젠가 엽기적인 살인행각으로 널리 알려진 지존파의 한 사람이 나를 사람으로 대해준 선생 하나만 있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털어놓았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불현듯 공납금을 내지 못해 쫓겨났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죄라고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 죄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욕을 받고 길거리로 쫓겨난 것이다.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일찌감치 부모나 선생, 세상에 대한 원망이 싹텄을 것이고, 그 원망과 분노는 그들을 자꾸만 세상의 밖으로 떠밀지 않았을까? 그들이 남의 것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폭행하거나 사기 치거나, 아무튼 어떤 종류의 범죄자로 살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일까? 포숙아가 없었다면 관중 또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원망과 분노를 안고 삶의 나락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분노가 팽배하다. 유명인들의 사생활 뉴스가 판을 치고, 뉴스에 나온 것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라거나 나가 죽으라거나,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의 댓글을 달아댄다. 음주운전, 성추행, 갑질 등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고,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도 여지없이 저런 것들은 사형시켜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댓글이 무수히 달린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나 개인의 사생활, 아직 분명치 않은 사실까지도 냉정하다 못해 무자비한 심판을 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범죄는 마땅히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 조항이 미비하여 범죄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법 조항을 만들면 된다. 그것이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에서 할 일이다. 인간인 우리는, 누군가의 처지와 심정까지 다 알 수 없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존재다. 누구도 실수나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타인에게 들이대는 냉정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댄다면 누구든 법의 심판까지는 아니어도 타인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제대로 알기 전에 함부로 남의 목숨이나 명예, 삶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역사에 길이 남은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또한 냉정한 잣대가 아니라 깊은 이해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던가.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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