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장재성 기념사업'으로 '광주정신'의 역사적 공백 연결해야

@김성 광주대 초빙교수 입력 2020.08.09. 13:10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절에 가장 중요한 일은 일제에 포섭된 밀정을 조심하는 일이었어요.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일제의 사냥개가 된 그들에게 신분을 감추려고 가명을 3개나 써야 했습니다""해방이후에도 중국에서 밀정짓을 했던 사람들이 큰 소리를 치고, 많은 친일파들이 이승만 정권 공무원이 되어 임시정부 요인들을 감시까지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흐지부지된 친일파 청산, 역사의 恨

8·15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독립운동가 고 백강 조경한(白岡 趙擎漢) 선생의 피맺힌 절규가 떠올랐다. 백강은 순천 출신으로 필자가 만났던 1987년 당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생존 국무위원이었다. 그가 접했던 대한민국은 어이없는 세상이었다. 1949년 6월 6일에는 친일분자들을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구성된 반민족특별위원회가 활동개시 6개월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되고 말았다. 처벌이 유야무야되자 급기야 친일파가 국립묘지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의 후손들도 호의호식하는 세상이 되었다.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은 이를 가장 원통해 하고 있다.

친일분자들을 처벌하는 일은 그들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기록하여 후세에는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에 있다. 반면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했던 인물들을 국가 유공자로 모시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정의(正義)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음 세대들의 최소한의 예우였다. 이후 이데올로기 대결 때문에 유공자 선정이 제한되기도 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으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2018년부터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이 여성 독립운동가의 적극 발굴, 수형·옥고 3개월 이상이어야 포상이 이뤄졌던 기존 기준의 완화, 광복 이후 사회주의 활동자에 대한 포상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독 광주학생독립운동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우리나라 3대 독립운동 가운데 하나였고, 10대 청소년들이 전국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근현대사에서 광주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운동으로는 2개가 있다. 광주학생독립운동(1929년~1930년)과 5·18광주민중항쟁(1980년~1997년)이다.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민주정부가 들어섬으로써 일정부분이나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주동자인 장재성(張載性)을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유공자로 포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재성도 일제하에서 학생독립운동 등의 죄목으로 7년형을 산 것이 인정돼 장면정권에서 서훈을 받기도 했었으나 1962년 3월 박정희정권에 의해 취소됐다. 그가 조선공산당에 가입하여 1948년 북한에서 열린 공산당 대표자대회에 참석한 후 돌아와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6·25때 피살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김원봉은 달랐다. 북한에서 장관을 지낸 경력으로 유공자가 되지 못한 것까지는 같았으나 그의 혁혁한 독립운동 활동은 그의 고향인 경남 밀양시에 세워진 '의열단 기념관'을 통해 추모하고 있다.

광주는 의병-3·1운동-광주학생독립운동-5·18민중항쟁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광주정신'이라고 하여 긍지로 여기는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재성을 비롯한 많은 학생독립운동 지사들을 예우하는 선양사업에 소홀히 해왔다. 유공자가 아니어도 필요했던 일이었다.

'기념사업회' 설립계기 비유공자도 예우해야

다행히 지난 5월 27일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을 회장으로 한 장재성기념사업회가 창립되어 뒤늦게나마 그의 업적을 재평가하고 신원을 회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일을 기념사업회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광주시민과 광주시가 자발적으로 적극 나서야 전국도 함께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1929년처럼. 김성 (사)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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