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글로벌 보건안보와 호남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0.03.01. 18:00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에 제3의 환란을 야기하고 있다. 1996년 12월 전남대 사회대에 특강 차 오신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는 IMF 관리체제에 놓인 외환위기를 ‘제2의 환란’이라 칭하셨다. 1996년까지 세계 최고의 저축률을 보였던 한국인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전환점으로 자살률, 이혼율, 저출산률 등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환란의 징후는 이어지고 있다. 목하 2020년 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 땅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창궐하여 제3의 환란의 기로에 놓여있다. 감염의 경로와 치료 그리고 책임소재(신천지, 대통령 탄핵 등)에 대한 논쟁 등 국내확산에 관한 여러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는 차후에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지금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감염의 전국적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선진국들은 백신과 항생제의 발전으로 감염병은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하였지만, HIV/AIDS, 사스, 메르스 유행은 보건안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보건안보 프레임은 일국의 위기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위기로 진화돼 오직 초국가적 협력을 통해 해결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보건안보 네트워크는 한 국가의 안보개념을 넘어서 글로벌 전염병 거버넌스를 재조직하기 위해 실시간 질병 감시와 정보의 취합, 보고와 대응 등 감염병 대비 전 과정에서 지역과 WHO 등 초국가 기구가 끊임없이 협력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의 안전과 질서가 군사안보적 위협, 경제위기,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보건안보 즉 질병에 대한 대응의 실패에서도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침 메르스 사태 3개월이 지난 2015년 9월에 글로벌 보건안보구상(GHSC)이 서울에서 개최돼 47개 대표국과 9개 국제기구가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이후 고작 4년 만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포비아’가 현실이 된 국가위기에 처해 있다.

신종 코로나19에 대한 호남의 대비는 인간과 국가의 시각이 아닌 바이러스의 시각에서 감염 경로를 재구성해보는 사고의 전환이 효율적인 대비의 첫걸음이라 사료된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바이러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요인으로 농경사회의 출현, 도시의 발생, 세계 교역로의 발달을 들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 세균은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걸러지지만 극소수만이 인간의 질병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하며 이 과정은 인류와 영원히 함께 지속될 것이다. 최근 20여 년 동안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등 치사율이 높은 신·변종 감염병 상당수가 유독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생 혹은 유행했다. 동아시아 지역적 특징은 동물에서 진화된 세균이 인간에게 손쉽게 감염될 수 있게 만드는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이아몬드도 예측 못한 새로운 행운을 한국에서 얻게 되었다. 바로 신천지 사태처럼 한국사회의 독특한 종교적 양식이 전염병을 비약적으로 확장하게끔 도운 것이다.

광주·전남은 2월 18일 이후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변수는 전국적으로 인구대비 신도 수가 최대라는 신천지교인 전수조사에 달려있어 정확하게 미래를 점칠 수는 없게 보인다. 더욱 두려운 점은 전형적인 지역사회 3차 감염으로 인해 광주 전남은 언제 대구 경북 상황에 처할지 모를 일이다. 이에 호남에서는 전대 의대 허탁교수가 제안한 지역단위의 보건안보체제를 재정비해 일차적으로는 지역 내 감염병 대비와 궁극적으로는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제3의 환란 저지에 모든 민관협력을 집중해야 될 것이다. 한편으로 지방정부 차원의 동아시아 협력거버넌스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전통의학을 앞세워 건강한 중국의 이미지를 소프트 파워로 활용하려는 일대일로 외교정책을 시행하려고 했기에 우한폐렴을 초반에 인정하기 싫었을 것이다. 공산당 권위주의체제의 성격상 일반 국민의 안위보다는 국가의 생존이 우선이기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은 보건안보의 책임을 지방에 맡기는 자유 시장 원칙에 매여 있기에 향후 도쿄올림픽이 과연 치러질지 의문이 들고 있다, 글로벌 보건안보라는 거창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동아시아 한중일 협력체제는 전혀 실력 발휘를 못하는 국제정세이다. 이에 호남의 지자체는 향후 대비에서 동아시아 중앙정부 및 지자체와의 공동대비책을 상시 활용하게끔 구비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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