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2020년 총선과 호남정치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0.01.12. 13:32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1대 총선에서 한국정치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슈는 한국정당체계의 변화 여부일 것이다. 이번 선거법 개정은 집권당인 민주당을 포함한 4+1 정당이 연합세력을 구축하여 일궈냈다. 그러나 만일 총선이후 군소정당이 의원 수에서 상대적 이익을 취한다면 한국의 정당체계는 다당제로 전환될 것인지 매우 흥미롭다. 강력한 여야당이 없고 대신에 제법 몸집을 불린 군소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착근될 것인지, 아니면 다당제 실험이 실패하여 도로 양당제로 회귀할지 두고 볼일이다. 두 번째는 4월 총선은 2017년 등극한 문재인정권에 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진보·보수간 이념대결이 대폭 과열될 것 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정치는 세월호, 탄핵, 촛불집회, 경제 불안, 5·18 등 여러 사안에 걸쳐 첨예한 이념대결이 펼쳐지고 갈수록 정치구도는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정치학 교과서에는 과도한 다당제와 이념적 양극화가 대통령체제에서는 통치불능을 일으킬 수 있는 독약이라고 적혀있다. 최고수반의 임기가 고정되지 않은 내각제에서는 다양한 연합세력의 구축을 통해 안보불안이나 경기침체 등의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지만, 임기가 고정된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다당제 정당체계와 이념적 양극화는 정치체제를 혼란으로 이끄는 ‘뫼비우스의 띠’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총선이후에 다당제 정당체계와 이념적 양극화 구조가 서로 맞물려 국가의 통치마저도 염려해야 되는 위기상황이 닥친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시 내각제냐 대통령제냐를 놓고 고민해야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총선에서 정당체계의 구도를 일순간에 흔들 수 있는 태풍의 눈은 호남정치에 달려있다고 본다. 바로 ‘호남몰표‘ 현상 때문이다. 1970년대 유신이후 호남의 정치시장은 특정정당에 대한 몰표투표가 지배적인 선거풍토로 자리잡아 왔다. 특히 민주화이후 진보진영에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는 진영투표 행위(친DJ, 친노)가 극단적으로 펼쳐졌기에 ‘호남지역은 일당독재체제’라는 반민주적인 꼬리표가 붙어 다닐 정도였을까. 그런데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몰표는 안철수의 국민의 당 지지로 재현되어 총 28개의 호남지역 의석에서 23석을 석권했으며 정당지지도에서도 민주당을 압도하여(46% 대 37%) 한국정치의 근간을 흔들었다. 호남몰표의 정치적 성격에 대해서 여기에서 긴히 논할 수는 없지만, 20대 총선에서의 안철수 돌풍이 서남대 김욱교수가 주창한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의 산물인지는 학문적 분석이 더 필요하게 보인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몰표의 방향은 다시 될성부른 민주당 문재인후보 쪽으로 향하여 중도성향의 안철수 후보와 6대 3의 비교우위를 몰아주었다. 특히 탄핵과 촛불집회의 정국을 거치면서 젊은 20-30대가 문재인후보로 지지방향을 틀었다.

4월 총선에서 호남정치는 ‘대세론’과 ‘인물론’이 제각각 몰표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입후보자들은 대통령제에서 다당제와 이념적 양극화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반수이상의 의석을 점유하는 강력한 여당이 필연임을 집중적으로 성토하여 호남몰표를 유도할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당에서 파생한 평화민주당, 바른미래 그리고 대안신당 등의 군소정당 후보자들이나 진보계열의 정의당 후보자들은 이제 복수정당제가 정착되었으니 ‘인물보고 찍으시오’라는 인물론으로 캠페인을 대체할 것이다. 특히 야당의 후보자들이 대부분 현역의원이라는 이점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은 호남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세론이 우세하든 아니면 인물론이 몰표를 얻든지 4월 총선을 통해 나타난 호남표심은 한국정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만일 집권 민주당이 몰표를 얻는다면 정국의 안정과 2022년 친문계열의 정권재창출에 청신호가 보인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 할지라도 호남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영남패권주의를 극복하고 구축한 복수정당제에서 호남인들의 다양한 투표성향이 표출되는 호남민주주의의 가능성이 비로소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호남지역의 젊은 호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호가 어느 방향으로 쏠릴지가 향후 한국정치의 프레임 구축에 가장 막강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