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문화관광재단의 발걸음이 심상찮다.
관광전남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문화예술 관련 눈에 띄는 정책들을 선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재단은 최근 코로나 19로 고통받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지원기구를 구축한데 이어 이번에는 지역 미술인들을 위한 한 판 장터를 마련했다. 국내 최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연계해 오는 6월에 전남 미술인 작품만으로 온라인 경매를 전개할 예정이다.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출렁이면서 그 경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예술인들의 삶은 훨씬 더 위험한 2차 파고에 내밀린 상태다. 보통의 경제상황에서도 힘든 문화예술인들의 삶이 어디까지 내몰릴지 아찔한 시절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문화재단이 지역 예술인 복지를 지원하기위한 전담기구 설치를 통해 본격적인 지원체계를 정비하고 나선 점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옥션을 통한 전남 미술인 작품판매는 직접 판매 효과 뿐아니라 판매시장 확대, 작가 홍보와 함께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미술장터를 구축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같은 예술인 지원은 지역 문화재단의 중요한 핵심과제 중 하나로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광주·전남처럼 예술인 비율이 높고 사회적 의미가 깊은 지역에서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전남문화재단의 적극적인 예술인 삶터 지원 정책에 예술도시 광주의 문화재단을 돌아본다. 현재 전국적으로 예술인 복지 전담기구가 설치된 곳은 부산과 대구, 전북과 전남도 등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부산시와 대구시가 가장 먼저 예술인 복지 서비스 지원에 나섰다는 점이다. 부산 지역 예술인들이 이 지역 예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동 여건이 낫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경제규모는 문화예술 투자와 소비의 차원을 달리한다.
역설적으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부산시가 가장 먼저 서비스에 나섰다. 부산문화재단은 국가가 예술인 복지서비스에 나서자마자 그 해 전담기구를 설치해 부산 예술인 복지 확충에 나섰다. 이에반해 광주문화재단은 그보다 두해 뒤인 재작년 전담기구 없이 서비스에 나섰다. 서비스 다음해 지역 예술인들의 복지 수혜폭이 전년 대비 3배나 높아진 것은 문화재단 역할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부산은 광주·대구·제주 등과 함께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왕에 부산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부산은 아트페어가 1년에 4개가 선보이는데도 문화재단이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별도의 아트페어를 운영한다. 이와함께 아트상품 발굴·제작·판매를 지원한다.
멀리 부산은 물론이고 이웃 전남까지 본격적인 예술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예술도시 광주서 만나기는 어려운 것일까.
인력이 부족해서? 타 광역시 인력과 비교해보면 선택과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 금방 드러난다. 결국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10주년을 맞는 광주문화재단이 정체성을 살펴보는 시간이 돼야하지 않을까 싶다.
예술도시라고하는 것이 단순히 예술인이, 유명 예술인이 많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예술인들이 살만한, 살고 싶은 도시라야 그리 불릴만 하다 할 것이다. 내부 고객도 만족 못하는 이름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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