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의 캠페인 중 '아무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아무도 남겨 두지 않는다')이란 캠페인이 있다. 이는 '극단적인 빈곤을 모든 형태로 끝내고, 불평등을 줄이고, 차별적 장벽을 해결하는 것' 등 세 가지 개념을 내포한다.
이 캠페인을 두고 '가부장적이다', '선진국은 앞이고 개발국이나 후진국은 뒤냐'등의 호사스런 논란도 있지만 오늘은 이 개념이 지향하는 바를 근간으로 이야기 하고자한다.
느닷없이 유엔 캠페인을 꺼내든 이유는 코로나19로 우리사회가 직면할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의 길목이 심상찮아서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강제된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류는 충분히 불행했는데 뉴노멀 시대에도 그 불평등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물론 그 대상은 저소득계층이라는 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은 갈수록 커지며 '인류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나오고있다. 다른한편 예기치 못한 효과도 거론된다. 인류가 넘어야할 파고에야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동안 등한시돼온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 자신을 돌아보기 등등 중요한 영역이기도하다. 허나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다.
심각한 위협은 그동안에도 주변인이었던 이들이 더욱 주변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따라 향후 뉴노멀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대안마련이 이어져야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진다.
개학연기로 집에서 보내야하는 초중고생 가정의 경우 학습 지원이나 여가생활을 가정이 감당해야한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는 어찌할 것인가. 온라인 개학만 해도 그렇다. 집에 인터넷이 안되거나, 컴퓨터가 없거나 있어도 동영상 시청이 불가능한 경우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집에서 음식이나 생필품 등을 주문할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달앱 서비스는 없다. 인터넷 최강국이라지만 서비스는 장애가 없는 이들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족을 더하자면 인터넷 기술분야에서도 '배리어 프리'를 의무로 강제하는 나라도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문제 없었는데 괜찮지 않을까. 코로나19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제했다. 공존공영이라는 도덕교과서에 박제된 정신을 현실로 불러내 '나'만 중요해야하는 현세대를 놀라게 하고 있다.
놀라거나 말거나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함께의 정신은 코로나가 강요한 새로운 이즘이 되는 셈이다. 집단방역을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일상에서 또 다시 강요당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코로나19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사회의 빼어난 방역체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르스 이후를 대비한 결과로 계층에 관계없이, 적어도 방역에서는 국민 누구나가 보호를 받았다.
이제부터 뉴노멀에 대응한 새로운 법과 제도를 통해 우리사회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이어가보자.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같은 법이 문화를 형성해가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여 적어도 이 사회에서는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앓을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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