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을 도시브랜드로

순천기적의 도서관, 사람 곁으로 걸어 들어간 혁신적 도서관

입력 2020.10.21. 18:30 조덕진 기자
도시의 허파, 공공도서관을 도시브랜드로
<3> 순천 기적의 도서관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으로 설계 단계부터 철저한 이용자 중심의 기획으로 도서관 뿐 아니라 공공건축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건축가 고 정기용 선생의 대표적 유작 중 하나로 도서관 내부는 물론 외부 대나무 정원까지 아이들의 시선과 성향을 배려한 설계로 순천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명초등학교가 있다.

순천시의 차별화된 도서관정책의 선물

전국 최초 '도서관운영과' 도입, 차별화

백화점·시장통·아파트단지 등 시민속으로

단지 개발단계부터 도서관 건립 함께추진

어린이·생태환경·그림책 등 전문도서관도


도서관 도시. 공식 비공식으로 인증된 순천시의 또 하나의 이름이다.

여기에는 순천시와 순천시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각별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도시의 도서관은 출발부터 다르다. 이 남다름은 타 자치단체와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으로 꼽힌다.

왕운초 1학견 김성군이 엄마 김태희씨와 연향도서관을 찾았다. 90년대 초 단지 조성 때 단지안에 선보인 도서관으로 순천시 도서관 특징을 보여준다.

순천은 우리 사회의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일찍이 벗어나 독자적인 도서관 문화, 책읽는 환경을 일궈온 독특한 문화를 자랑한다.

가장 큰 특징은 장소성이다. 도서관이 둥지를 튼 위치는 이 도시의 도서관 정책을 상징한다.

한국 도서관들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도심 외곽 등에 도서관을 건립해온 것과 달리 순천시는 출발 때부터 시민들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백화점, 시장통, 아파트 단지. 모두 도서관이 찾아들어간 공간이다. 지금도 놀라운, 장소의 혁신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광역시를 제치고 전국 최초로 도서관운영과(2007년)를 도입한 도시이기도하다.

뒤로는 작은 동산을 등지고 앞에는 호수를 품고 있는 조례호수도서관은 순천시 최고의 도서관 경관을 자랑한다. 생태환경전문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다.

순천 최초의 시립도서관은 1968년에 백화점(옛 황금백화점)에 문을 열었다. 1980년 이전 하면서 순천시 중앙동 웃시장이라는 시장통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이 시립도서관은 이후 2014년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 도서관으로 또 다른 기록을 세운다.)

그뿐 아니다. 90년대 중반 택지개발을 하면서 금싸라기 땅에 도서관(연향도서관)을 짓는다. 순천 최초의 아파트 단지 안 도서관일 뿐 아니라 광주·전남 최초의 택지개발 지구단위 계획 과정에서 아파트가 도입된 경우다. 지역에 또 하나의 도서관 역사를 세운다.

이같은 혁신적 정책에 스마트기술로 문턱없는 도서관을 표방한 순천 대표 도서관(삼산도서관)을 비롯해 호수를 낀 산책로까지 갖춘 순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며 생태환경도서관을 표방한 호수조례도서관 등 차별화로 전문 도서관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 도서관들이 철저한 이용객 중심의 건축설계를 담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조례호수도서관 앞 이동식 갤러리. 도서관 찾는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지난해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코로나정국을 맞아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고.

여기에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90년대 순천시는 놀라운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용이 어려운 시민들에게 직접 책을 들고 찾아가는, 이동도서관 서비스(92년)를 시작한데 이어 98년에는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가정방문 도서대출을 도입했다. '독서평등권' 개념을 광주·전남 최초로 현장에 적용했다.

이렇게 시민 속으로 걸어 들어간 도서관은 밀레니엄 시대를 맞으며 2000년대 초 전국 최초의 어린이전용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을 유치하면서 도서관 도시 명성을 공고히 하게 된다. 당시 40개 지자체가 응모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순천시민들은 기적의 도서관을 품에 안았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아이들이 도서관 앞마당에서 뛰어놀다 언제든지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도서관 입구에 아이들 세면대를 비치한 '괴나리봇짐' 공간.

순천시의 준비된 행보가 한국 최초의 어린이 전용도서관을 시민들에게 안긴 것이다.

여기에는 앞서 순천시의 차별화된 도서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독특한 도서관 문화, 시민들의 높은 이용,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에 관한 철저한 분석에 바탕한 선제적 서비스 등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여기에는 도서관 사서직들의 헌신과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순천시 도서관 사서들은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 현황을 분석하다 눈에 띄는 변화를 발견했다. 어린이 도서 대출이 급격히 높아가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위한 전남도 투·융자 심사까지 마쳤다. 그러던 중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만났고 이는 준비된 순천시의 몫이됐다.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이란 단어 자체가 낯설던 한국 사회에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도서관 문화에 일대 대 변혁을 가져왔다.

도서관이 독서실이란 단어와 동의어 정도로 쓰이고 책 빌려보는 곳 정도로 인식되던 우리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던졌다. 건축가 고 정기용선생은 아이들을 위한 섬세한 공간설계로 도서관 건축의 새로운 전형을 선보였다. 영유아들이 보호자와 함께 놀면서 책을 볼 수 있는'아그들방', 도서관 마당에서 놀다 언제라도 뛰어 들어와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입구에 세면대 등을 갖춘 '괴나리봇짐' 공간 등이 마련됐다. 이밖에 '별나라 다락방', '비밀의 정원' 등 어린이의 시선에 맞춘 공간구성은 사용자 중심 건축설계가 드문 당시 현실에서 혁신적인 변화였고 순천 시민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2020년 현재 순천시는 1968년 시립도서관 개관 이래, 제1호 기적의도서관과 대한민국 제1호 신개념 문화공간 그림책 도서관 등 8개 공공도서관과 마을 도서관, 농어촌 도서관 등 75개의 작은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

임채영 순천부시장은 "유달리 책을 사랑하는 순천시민들과 시민들의 관심과 필요를 정책에 반영해낸 순천 공직자들의 정책적 판단이 빚어낸 화음"이라며 "시 의원들께서도 도서관 문화나 정책에 대한 지원을 특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인터뷰] 순천시 도서관운영과장 안문수

"아이들 이용할 수 있게 10분, 2m거리에 도서관 건립"

"순천이 전국 1호로 기적의 도서관을 유치한데는 책을 사랑하는 순천시민들과 도서관의 중요성을 정책에 반영해온 행정의 화합이 빚어낸 선물입니다"

안문수 순천시 도서관운영과장은 "시민들의 높은 교육열이 책읽는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순천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아깝지 않은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문수 순천도서관운영과장  

안 과장은 "이같은 시민들의 열기와 욕구를 반영해 시민들이 생활속에서 도서관을 만날 수 있도록 순천시는 '걸어서 10분거리'라는 도서관 건립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도서관이 있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중요한 문화놀이터"라며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갈증도 채울 수 있도록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확보해가는 노력을 기울이고있다"고 생활공간으로서 도서관을 강조했다.

조례지구를 개발하면서 당초 메워서 택지로 쓰일 예정이던 저수지를 살리고 그 곁에 선보인 조례호수도서관이 그 한 예다. 지난해 시민들을 위해 도서관 앞에 이동식 갤러리를 선보였다. 최초의 비대면 이동식 갤러리 선보여 전국 이동식 미술관의 시초를 만들기도 했다. 이 미술관은 전면을 유리로 설치해 코로나정국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안 과장은 사서직 출신의 최초의 도서관운영 과장으로 전문화된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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