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에 지어진 독특한 양식
보존이냐 개발이냐 논란 끝 결정
공유주방·작가 레지던시로도 활용
광주 동구가 1950년대 건립된 동명동 고택을 놓고 보존이냐 개발이냐 논의 끝에 리모델링을 거쳐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당과 공유주방 등으로 활용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70여 년 전 지어져 세월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는 이 고택은 서양식 본채와 한옥식 안채, 일본식 건물 내부로 이뤄져 있어 한국에서 보기 드문 건축양식이라는 점에서 고택의 가치와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4일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보존이 결정된 동명동에 위치한 고택의 리모델링 사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고택은 1954년에 지어졌으며 본채와 안채, 마당 등으로 이뤄진 부지 규모가 852.9m에 이른다.
동구는 고택에 대한 역사성을 반영하면서 가치를 드높이는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단장을 앞둔 고택은 향후 시민들의 동아리 활동과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 각종 작품 전시 등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동구는 지난해 4월 동명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및 주차장 건립을 위해 이 고택을 매입했다.
하지만 고택의 보존 가치가 높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동구는 이 곳을 허무는 대신 원형을 살리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동구는 70여년 전에 지어진데다 한·일·양옥식 구조가 혼합된 독특한 건축 양식이라는 점에서 이 고택을 보존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구는 최근 노후한 고택의 기둥과 연결재 등을 교체·보강하는 원형을 살리는 작업을 마쳤다.
고택 마당에는 2층 규모의 인문관과 공유주방 등 새로운 건축물 2동을 지었다. 인문관 1층에는 인문학 관련 다양한 책들이 비치되고 각종 프로그램 강의와 공연 등을 위한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2층에는 지역 작가들이 주거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스 공간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고택 내 공유주방은 과거 동명동에 살던 주민들이 지켜오던 '음식 품앗이 풍습'에 착안됐다. 과거 '동명동 음식 품앗이' 문화를 공유주방의 형태로 부활시켜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지켜내겠다는 게 동구의 복안이다.
고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록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최근까지 이곳에서 거주했던 김영자(84·여)씨의 채록을 토대로 70여년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고택의 면면을 기록해 별도로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김씨의 채록을 보면, 이 고택은 그의 아버지가 1954년 봄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공사해 집을 지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리낌 없던 아버지의 호탕한 성격이 반영돼 고택의 건축양식이 한·일·양옥식으로 혼합돼 지어졌다.
신용수 동구 인문도시기획계장은 "고택의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많은 논의들이 있었지만, 단순 개발로 인해 도시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 끝에 인문학당으로의 리모델링이 결정됐다"며 "대부분의 도시들은 주거비율만이 기형적으로 높은 모습이다. 동구는 관내 도시 유산들을 가꾸면서 천편일률적인 도시들의 모습에서 탈피하려 한다. 인문학당 건립은 그 발상의 연장선이다"고 설명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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