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쉼터"
담양군 고서면에 홀로 사시는 김금남 할머니는 벌써 몇 달 째 경로당 문지방을 밟아본 적이 없습니다. 올 초 한차례 병원에 계시다 온 탓에 꽤 오래 경로당 출석을 못했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지난 1월 1일 마을 주민들과 경로당에서 떡국을 나눠먹었던 때 입니다. 경로당에서 행남 할머니와 치던 고스톱이 문득 떠오릅니다. 벌써 6월입니다.
금남 할머니가 뜨뜻한 대청마루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던 중, 건넛집 복자 할머니가 반가운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햇빛이 덜 쬐는 아침 일찍부터 밭에 나가 상추를 뜯어 왔답니다. "꼬칫가루랑 챔기름 좀 갖고 와보소" 더우니까 상추 무침을 해먹자는 복자 할머니의 당기는 제안입니다. 금남 할머니가 부채를 내려놓고 부엌으로 발을 옮깁니다. 오전 10시 반, 섭씨 27도짜리 발걸음 끝에 땀방울이 툭 떨어집니다.
지난 4월 말 금남 할머니가 병원에서 돌아온 뒤 다시 찾은 경로당엔 '임시 폐쇄' 문구가 붙어있었습니다. "코노라인지 때문에 못 간다요" 복자 할머니가 귀띔해 준 내용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속 취약계층의 감염을 막고자 지난 2월부터 경로당 폐쇄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해당 조치는 현재까지 무기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로당의 폐쇄는 무더위 쉼터 폐쇄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농어촌의 냉방 문제는 대부분 경로당을 중심으로 지정된 무더위 쉼터에서 해결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담양 관내 362개소 경로당이 언제 모두 열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은행은 멀고, 더위는 그늘을 뚫습니다.
"깨는 없는가?" 대청마루에서 열심히 상추를 무치던 복자 할머니가 간이 심심한지 깨를 찾습니다. 금남 할머니가 다시 부엌으로 향합니다. "매미도 곧 울겄고마잉" 금남 할머니의 혼잣말과 함께 뜨거운 햇빛이 대청마루로 쏟아집니다. 에어컨도 감당 못 할 여름이 어르신들께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 광주 공공배달앱, 대형 플랫폼 사이서 살아남으려면? 광주지역 공공배달앱 '위메프오' 광주시가 지역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21년 민관협력 방식으로 공공배달앱 '위메프오'를 선보인 가운데 최근 '땡기요'를 추가 도입해 경쟁에 불을 붙였다.하지만 앞선 '위메프오'가 민간기업보다 저렴한 수수료 등 이점에도 민간 배달 플랫폼 사이에서 눈에 띄는 이용률을 보이지 못한 실정이라 서비스 편의 개선, 인지도 향상 등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2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공공배달앱 '위메프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21일부터는 '땡겨요'를 추가해 총 2개 운영사에서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배달앱을 추가함으로써 플랫폼간 경쟁체계를 만든 것이다.추가된 공공배달앱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2년 1월 정식 출시해 전국 가맹점 13만여곳과 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시, 서울 각 자치구, 충북도, 세종시 등과도 협약을 맺고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현재 위메프오와 땡겨요에 등록된 지역 가맹점 수는 각각 9천459개소, 2천96개소다.앞서 광주시와 공공배달앱 운영사들은 위메프오와 땡겨요가 모두 광주상생카드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가맹점 중개수수료가 2%로 민간기업의 최대 7%에 달하는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홍보해왔다.또 땡겨요는 가입비 당일정산 서비스, 한눈에 장부관리 서비스, 매장식사 기능 도입 등을 지원하고 위메프오도 첫 구매 할인, 프랜차이즈 할인, 결제금액 1% 페이백을 지원한다.하지만 앱을 이용하는 점주들이나 광주시민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실정이다.광주지역 공공배달앱 '땡겨요' 광주 공공배달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점주들은 사용 시 시스템상 불편함이 있었거나 주문량이 타 앱보다 극히 적어 기대감이 떨어졌고 이용 고객들도 앱 이용 시 불편, 적은 입점 점포 수 등을 이유로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광주 동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위메프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지만, 현재는 배달앱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만 등록해뒀다. 위메프오를 사용했을 당시 알림소리가 작고 시스템 사용이 불편했으며 무엇보다 타 앱에 비해 주문량이 현저히 적었다고 했다.지역한 한 전통시장 상인회장도 공공배달앱 초기에는 상인들이 이용하려고 했었는데 민간 플랫폼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으로 주문량이 적어 이용률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또 광주 북구에서 분식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개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번에 추가된 땡겨요는 써볼 의사가 있다"며 "주로 쓰는 플랫폼을 계속 쓸 것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덜 하게 되기도 하고 공공배달앱을 모르는 손님들이 많아서 홍보가 더욱 활발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어 "배달의민족은 수수료가 부담되긴하지만 쿠팡이츠도 그렇고 배달기사들이 지정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공공배달앱도 무조건 할인 이벤트만 할 게 아니라 서비스 이용 개선이나 홍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조사해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위메프오에서 배달 음식 주문 경험이 있는 최모(31)씨는 "음식을 주문했는데 배달이 너무 안 와서 가게에 전화하니 사장님이 위메프오에서 주문이 들어온걸 모르고 계시기도 했고 한번은 결제 오류로 문의를 하려는데 상담 진행이 느렸다"며 "문의사항이 비교적 빠르게 해결되고 입점 매장 수도 많은 대형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광주시는 온·오프라인 홍보 계획이 있으며 개선사항이 접수되면 플랫폼 운영사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배달앱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광주시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홍보 영상 제작하고 있고 버스쉼터 광고 등 예정된 온·프라인 홍보들이 있다"면서 "공공배달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해 위메프오에서는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개선사항을 조사했고 시로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운영사로 전달하는 등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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