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테러사건 등 비하 용어 가득
제작사도 역사 왜곡 내용에 손 놔
“국회 5·18왜곡처벌법 제정 시급해"
AI(인공지능)와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일부 게임 프로그램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인식하는 등 역사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악의적인 이용자들의 분탕질 탓인데, AI 기반 프로그램 제작사들의 무관심 속에서 5·18 비하·왜곡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하다.
국내 업체인 ㈜심심이가 제작한 AI 대화 앱 ‘심심이’는 이용자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18일 ‘심심이’에게 광주와 5·18에 대해 질문하니 ‘위대하고 숭고한 민주화운동’, ‘한국민주주의를 진보시킨 운동’이라며 정상적인 대답을 하는가 싶더니 질문을 거듭할 수록 이상한 답변이 쏟아졌다.
‘광주’에 대해서는 ‘폭.동이다 익이야(폭동이다 이거야)’라는 답변이, ‘5·18 민주화운동’에는 ‘북한에서 말하는 민주화운동이란 부자들과 미국 앞잡이를 없애는 것이다’, ‘김대중’은 ‘홍어’라는 답변이 나왔다. 한 가지 질문에 여러가지 대답을 이용자가 설정 가능한 탓이다.
질문을 바꿔서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광주는?’라는 질문을 해 보니 ‘김대중이 주도한 테러 사건이며 전두환 장군님이 대테러부대를 이끌고 저지했다’,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다’며 대번에 5·18을 비하하는 내용이 나왔다.
“5·18은 북한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망언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보수논객 지만원에 대해서는 ‘이시대 최고의 애국자이자 5.18 최고전문가’라는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노태우는 ‘전두환 꼬붕’이라고 대답했다.
모두 다 ‘심심이’ 이용자들이 등록한 악성 대답이다. 그간 ‘심심이’는 심한 욕설과 음란한 내용의 대답들을 신고를 받는 식으로 걸러내 왔지만 5·18에 대한 역사 왜곡 답변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였다.
2002년 개발된 ‘심심이’는 2천200만명의 이용자들이 1억3천만건 이상의 대화 시나리오를 제작해 왔다. 제작사측은 ‘심심이’ 전체 이용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만명에 달한다고 밝히는 만큼 역사 왜곡 내용을 방치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결코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취재진은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심심이에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 AI 비서 빅스비에 탑재된 ‘스무고개’ 어플리케이션 게임 ‘아키네이터’도 5·18을 비하·왜곡하는 용어가 다수 사용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키네이터는 AI와 스무고개를 펼쳐 이용자가 상상한 인물을 맞추는 게임이다.
빅스비에서 ‘아키네이터’를 실행하자 ‘광주폭동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고 ‘예’라고 대답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해외 업체가 제작한 아키네이터를 탑재만 했을 뿐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개발사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도 이후 아키네이터 앱은 현재 빅스비에서 사라졌다.
이처럼 제작사의 무관심 속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5·18 왜곡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증언센터 팀장은 “제작사의 책임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끝나선 안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갈등을 유발할 요소가 생긴다면 이에 즉각 대처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며 “국회에서 아직도 5·18 왜곡 처벌법이 제정되지 않은 문제도 크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역사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 전남 벌목사고 잇따라 "안전장구 착용 필수" 벌목 작업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전남에서 벌목 작업 중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1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벌목 작업 사고는 총 6건(사망 2건·부상 4건)으로 집계됐다.연도별로는 2021년 3건(1건·2건), 2022년 1건(0건·1건), 2023년 2건(1건·1건)씩 발생했다.사고 유형별로는 절단·베임 사고가 3건(0건·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깔림 1건(1건·0건), 감전 1건(1건·0건), 낙상 1건(0건·1건)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날까지 깔림 사고만 벌써 2건(2건·0건) 일어났다.실제 지난 16일 오전 10시10분께 고흥군 두원면의 한 야산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A(63)씨가 20m 높이 소나무에 깔렸다.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A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사고 당시 동료 작업자 2명과 함께 나무를 베고 있던 A씨는 자신에 벤 나무 근처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는 착용한 상태였다.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씨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앞서 11일 오전 11시40분께에는 장흥군 관산읍의 한 주택 인근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B씨가 15m 높이 참나무에 깔렸다.사고 충격으로 머리와 가슴 등을 크게 다친 B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조사결과 장흥군과 계약을 맺은 산불감시원이었던 B씨는 동료 작업자 14명과 함께 전기톱으로 위험수를 제거하던 중이었다.경찰은 동료 작업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자신이 벤 나무 근처에 있다가 넘어지는 나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또 B씨가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 고용주인 장흥군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광주고용청 또한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속하는 만큼 장흥군이 재해 예방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살피고 있다.전문가들은 벌목 작업 중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안전거리를 잘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전남소방 관계자는 "벌목 작업의 경우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작업은 홀로 해서는 안 되고, 나무를 베고 나서는 동료에게 큰 소리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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