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 근대가옥, 공공미술 옷 입고 시민공간 탈바꿈

입력 2021.04.14. 16:15 김혜진 기자
벽화·설치물 작업 중심서 벗어나
'근대 자산' 건축물, 문화 공간으로
전국적으로 드문 선도사례 평가
가옥 내 6개 공간 특색 살린 테마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진행"
프리뷰전 22~내달 28일 미로센터
동명동 근대가옥의 모습. 1954년 지어진 이 가옥은 한국, 일본, 서양 건축 양식의 특성을 모두 갖춘 독특한 건물로 근대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광주 동구가 공공미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선도적 사례를 만들어 눈길을 모은다. 기존에 벽화나 설치물 중심으로 전개됐던 공공미술과는 다른 노선을 택했다. 의미 있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를 문화공간으로 조성, 많은 시민이 해당 건축물을 문화예술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광주 동구 공공미술이 펼쳐진 무대는 동명동의 근대가옥(동계천로 168-5). 1954년 지어진 건축물로 한국, 일본, 서양 건축 양식의 특성을 모두 갖춘 독특한 건물이다. 4년 전까지 실제로 주거가 이뤄졌다가 이후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던 지난해 서울의 한 자산가가 상업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이 주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동구 측은 근대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해당 가옥이 상업 시설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훼손될 것을 우려해 즉각 매입에 나섰다. 건물이 팔리기 직전 임택 동구청장이 직접 나서 '근대 자산으로 가치를 가진 이 집을 시민에 돌려주겠다'고 집주인을 설득해 해당 가옥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동명동 근대가옥의 내부 모습. 왼쪽은 복도, 오른쪽은 2층 다락이다. 복도는 한옥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반면 다락은 서양과 일본 주택의 분위기가 난다.

극적으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이 근대가옥은 지난해 말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됐다.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예술가들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적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동구는 프로젝트 사업지로 이 가옥을 지정했다. 특정 건축물을 공공 문화복합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지로 선정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에 따라 참여 작가들도 회화 분야 뿐만 아니라 설치, 미디어, 공예, 디자인, 건축, 조경 등 다양한 시각예술분야의 작가 3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근대가옥을 여러차례 방문하고 주민설명회, 간담회,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작업을 구상했다.

특히 전문가 워크숍 등은 이들이 작가로서 개인적 작업을 펼칠 수 있음은 물론, 공간에 쓰임과 가치가 담기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작업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탐구하는 시간으로 구성돼 작가들로부터 반응도 좋았다.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시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근대가옥의 예상도다. 시계방향으로 거실과 다락은 '별별기억' 공간으로, 측면과 정면의 마당은 '별별정원'으로 변화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시티즌랩_별별별서'이다. 근대가옥 공간별 특성에 따라 테마를 나눠 '별별기억' '별별정원' '별별마루' '별별다실' '별별부엌' '별별소통'으로 구성했다. 작가들은 팀을 꾸려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별별기억'은 거실과 다락방 공간을 활용해 해당 가옥이 간직한 이야기 등을 기록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별별정원'은 드넓은 마당을 배경으로 회화, 공예, 조경 등 작가들이 협업해 쉼의 공간을 조성하고 6개 테마를 통일할 수 있는 근대가옥만의 아이콘을 제작했다. '별별마루'팀은 향후 다목적실로 사용될 마루 공간을 근대가옥만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 특색을 갖춘 공간으로 변화시켰으며, '별별다실'팀은 다실로 활용될 공간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뛰어넘어 공예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냈다. '별별부엌'은 공유 부엌으로 쓰일 정자 자리를 부엌이란 용도에 맞게 변모시킴과 동시에 광주 지역 문화가 담긴 차 3종, 곁들일 음식 레시피 등을 요리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했다. '별별소통'팀은 이 모든 팀들의 소통을 통합하고 공간이 통일성을 갖도록하는 스토리와 애니메이션, 패턴 디자인, 로컬 아트 상품 등을 제작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 또한 작업량이 많아 고됐지만 좋은 기회였다고 평한다. 이번 동구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별별다실'팀의 신성창 작가(공예)는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닌 편안한 공간, 쓰임이 있는 공간을 끊임 없이 공부하게 만들었다. '공공미술'의 역할이란 무엇이고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작가들끼리도 많은 탐구와 연구가 있었다"며 "작가 입장에서는 많은 연구 등이 필요했으니 피로도는 굉장히 높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새롭고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기회였고 만족도는 최상이다. 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또 쓰임이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 작가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기쁜 결과물이다"고 말했다.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변화할 동명동 근대 가옥의 예상모습. 시계방향으로 복도 등을 다목적실로 변화시킨 '별별마루'와 공용부엌이 된 '별별부엌', 차를 마시며 공예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별별다실'의 모습.

이 근대가옥은 현재 작가들과 함께 토의해 나온 건축설계를 가지고 기본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오픈은 오는 8월께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동구는 해당 근대가옥이 어떻게 변화할지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마련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임택 동구청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공간으로 다가가게 된 동명동 근대 가옥은 근대 가옥을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시민들이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이 곳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 작가들의 깊은 고민과 뜨거운 열정으로 다시 태어난 동명동 근대 가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공공미술시티즌랩_별별별서 프리뷰전'은 22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광주 동구 궁동 미로센터 일원서.

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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