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체성 통해 치유 전해 눈길
타인 이해하는 이타적 작품 선봬
기술과 만난 미래 디자인 인상적
현시대 문제 생각케하는 작업까지
디자인적 체험 기회 마련 등 풍성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 리뷰]
커튼을 열고 들어간 방에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향기가 난다. 한 쪽 벽 면에는 색색의 빛깔과 함께 이팝나무 문양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방은 '오월 빛고을 향기'. 허달재와 박일구, 김환경 그리고 투힐미와 코스맥스, 테카비가 협업한 작품이다. 작품은 광주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5월이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이팝나무는 80년 5월에도 광주를 묵묵히 지켜봐왔을 것이다. 오월 대동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도 너무나도 닮아 광주와의 인연과도 같은 나무다.
이 작품은 이팝나무를 통해 치유를 전하고자 한다. 온갖 자극으로부터 깨어있는 오감을 잠시나마 닫아두고 오로지 시각과 후각으로만 감각하기를 바란다. 방에서 나는 향기는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사가 올 5월 광주에 핀 이팝나무에서 포집, 연구를 거쳐 만들어낸 향기다. 벽면의 이팝나무 그림은 지역 작가 허달재 화백이 주먹밥과 같은 이 나무를 재해석한 작업이다. 여기에 이팝나무 향기가 관람객에 더욱 잘 전달될 수있도록 메이컬 아트 데카비 바이탈라이저 장치가 설치돼 공기 질을 개선하는 등 기술과 예술이 만나 치유의 에너지를 더욱 폭발시키고 있다.
이처럼 기술과 예술이 어우러져 우리를 치유하고 남을 배려하는 작품은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칼과 도마처럼 보이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 도구도 눈에 띈다. 보이왕(Boey Wang)의 '햅틱스 오브 쿠킹'. 이 작품은 시각이 중심이 되는 전통적 디자인에서 벗어난다. 촉각과 청각, 후각, 느낌 등 그동안 디자인에서 배제돼왔던 감각에 대해 연구하는 보이왕이 시각 장애인들도 안전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촉각을 활용해 제작한 요리 도구다.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는 배려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차 도구도 눈에 띈다. 차를 따르는 것. 모두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 있으나 관절염이 있는 이들에게는 불편한 일상이다. 이들을 위해 손잡이 없이 만들어진 인지 퀴퍼스(Inge Kuipers)의 '티-세트 터치'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타자의 불편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팬데믹 시대 급증하는 쓰레기 문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네덜란드 기업 플라스티시에트(Plasticiet)가 출품한 '마더 오브 펄 콜렉션(Mother of Pearl Collection)'은 재활용 플라스틱이 다른 고급 디자인 작품과 잘 어우러지는 방법을 탐구한 작업물이다. 김하늘의 '스택 앤 스택 인 팬데믹(Stack and Stack In Pandemic)'은 버려진 마스크를 가지고 만든 의자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는 전 세계에 한 달 동안 1천290억장으로 또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하고 있음을, 그 심각성을 모두가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기술과 만난 미래의 디자인도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눈을 사로 잡는 것은 조경진과 나까지마 주리, LH가 협력한 '식물극장(Theatrum Botanicum)'이다. 식물극장은 공간 환경의 변화를 미래 정원에 담아냈다. 공용 공간에는 정원이 자리하게 되고 이 정원은 식물 디자인이 주인공이 된다. 일상 공간에서 식물을 재배하고 소비하며 탄소 제로의 삶을 실현해내는 스마트팜이 구현되는 미래의 정원이 펼쳐진다.
이 밖에도 다양한 경험이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체험관에서는 NC소프트가 설립한 비영리재단 NC문화재단과 함께 프로젝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프로젝토리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만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해보는 실험실이다. 자유로운 상상과 다양한 시도 등을 펼쳐볼 수 있는 프로젝토리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성인도 참여할 수 있어 무한히 펼쳐보는 상상력으로부터 치유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포르쉐 코리아의 신진 디자이너 어워드 결과물 공개와 프라포투투의 식물을 해치는 향수의 민낯과 함께 지속가능한 향에 대해 생각케 하는 작품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10월 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등에서 열리며 주제관을 비롯해 5개 전시가 본전시로 구성됐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광주비엔날레 참여 지역 작가 누구 김자이 작 '휴식의 기술 ver.도시농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가 발표된 가운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역 작가 김자이, 김형숙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동시대 미술계에서 스타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지명이기에 관심은 더욱 뜨겁다.김형숙 작 '하이드로컬쳐' 지난 26일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올해 9월 열릴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를 공개했다. 그 중 국내 작가는 11명. 이중에서도 지역 작가는 단 2명이다. 이들 모두 식물과 관련한 작업을 펼쳐 온 작가들로 조선대에서 학사를 마치고 영국과 런던에서 유학을 마쳤다. 특히 이번 참여작가들이 1980~1990년대생에 대거 포진한 가운데 이들도 각각 1982년, 1983년생으로 1980년대 생이다.김자이 작가는 '휴식'을 화두로 탐구하며 이에 대한 답을 다양한 조형언어로 펼쳐오고 있는 작가다. '나의 휴식 방법'이 외부로 확장되는 과정과 관객과 작가가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 가드닝'을 작업 소재로 한다. 작가는 조선대에서 판화미디어를 전공하고 런던 킹스턴대학교 아트&스페이스에서 석사를, 조선대 대학원에서 박사를 마쳤다.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생태미술프로젝트' '휴식의 기술' 등 대규모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으며 광주시립미술관 국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김자이 작가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 참여작가로 선정된 것이 아직 얼떨떨한 상황이다"며 "이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감독과 주고 받기 시작했다. 좋은 작업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형숙 작가는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깨닫고 인간과 함께 하는 모든 환경을 수학적 리서치를 통해 바라보는 작가다. 조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 미술대학 디플롬 미디어학과와 마이스터 슐러 영화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 독일에서 활발한 활동 중이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국내외에서 가졌으며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문화재단 레지던스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김형숙 작가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현재 감독과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상황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지만 열심히 참여하려한다"고 전했다.한편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참여작가는 73명으로 환경, 생태, 분쟁 등의 영역에서 작업해 온 이들이 주를 이룬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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