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의 트빌리시편지<26> 구다우리를 지나

입력 2020.05.07. 14:13 조덕진 기자
영혼을 물들이는 아늑한 신비로움
한희원 작 '꽃과 노래하는 남자'

성스러운 스테판, 스테판츠민다

만개

풀잎이 풀잎에게

바람이 바람에게

하늘이 하늘에게

강은 강에게

풀잎이 꽃에게

바람이 나무에게

강이 산에게

하늘이 대지에게

나는 너에게

생명이 생명에게

다가가 말을 걸 때

꽃은 핀다

이제 너에게로 가

만개한다

(한희원)


한희원 작 '트리빌시 거리'


구다우리(Gudauri)에는 조지아와 러시아의 친선을 기념하는 거대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타일 모자이크로 제작된 둥근 모양의 전망대이다. 지금은 두 나라가 적대 관계이지만 수십 미터나 되는 전망대 벽에는 조지아와 러시아의 역사와 교류 장면이 모자이크로 제작되어 있다. 해발 2,200m에 위치한 전망대 주위를 높은 산봉우리들이 둘러져 있고 밑으로는 아찔해 보이는 계곡이 장관을 이룬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와인을 뜨겁게 데운 묘한 맛의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기도 한다. 뜨겁게 데운 와인을 방심하고 한 입에 훅 마시면 머리가 펑 터지는 듯 어지러운 경험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주차장에 차를 정차하고 내리면 패러글라이드를 타라는 호객꾼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호객꾼의 유혹에 빠져 패러글라이드를 타는 재미를 누리기도 한다. 장난꾸러기 강사를 만나면 곡예운전을 해 심하게 멀미를 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여기에서는 누구나 새가 되는 꿈을 꾸나보다. 날개가 없는 인간들이 인공의 날개를 부착해 마음껏 하늘을 난다. 또 구다우리 산언덕에는 스키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이 즐비해 있다. 관광객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조지아 곳곳에서 많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구다우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은 2,395m의 즈바리 고개(Jvari Pass)이다. 이곳을 지날 때 운이 좋으면 맛이 뛰어난 벌꿀을 구입할 수 있다. 즈바리 고개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꿀이다.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면 고봉 사이로 언뜻언뜻 카즈베크 산이 보인다. 그러면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군사도로로 만든 산악지역에는 터널이 많다. 눈이 쌓여 길이 막히는 곳에 위험해 보이는 터널이 있는데 터널을 통과할 때 마치 첩보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터널 안에 차선이 나눠져 있지 않아 한쪽에서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반대편 차들이 지루하게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지만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조지아 전역의 도로를 정비하며 터널 옆으로 길을 내어 지금은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높은 산길을 넘어 낮은 지면으로 내려가면 구다우리 스키장까지 가는 긴 케이블카가 있다. 스키시즌이 끝난 계절에 보면 검은 전깃줄에 앉은 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다. 


한희원 작 '오월의 플라타너스'


구다우리를 지나 스테판츠민다까지 가는 길은 전설 속에서 나오는 길 같이 신비스럽다. 산의 정기를 듬뿍 받은 마을이 언덕에 펼쳐져 있다. 마을 뒤로는 가축을 위한 풀밭이 넘실거리고 그 사이로 강이 흐른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영혼이 촉촉하게 젖어든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눈가에 물방울이 저절로 스며드리라.

구다우리 스키장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오르는 지점을 지나면 길은 평지에 가까워진다. 또 다른 풍경들을 눈요기하며 가다보면 드디어 스테판츠민다가 나온다. 스테판츠민다로 보이는 길목에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주타 트레킹을 하는 길이다. 주타 트레킹을 하려면 하루를 더 머물러야 한다. 스테판츠민다에 들어서면 입구에 버스 정류소가 있다. 트빌리시로 돌아올 때 이곳 버스 정류소에서 마슈르카를 타고 오면 된다.

마을 입구에 수백 년은 묵은 듯한 나무들이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이곳 신화의 마을에는 유럽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호텔 '룸스'가 있다. 룸스 호텔로 가는 언덕길에는 조지아의 전형적인 집들이 모여 있다. 게스트 하우스와 작은 호텔에 밤이 되면 지상으로 떨어진 별들이 온갖 신화의 이야기를 털어낸다.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은 꿈결에 이야기를 듣는다.

스테판츠민다의 뒤편에는 4,000m가 넘는 고봉이 마을을 감싸 안고 있다. 마을 앞에는 코카서스 산맥에서 흐르는 아라그비 강 상류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른다. 강 너머 카즈베크 산 쪽으로는 수백 년을 버티고 있는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카즈베크 산이 하얀 얼굴을 한 채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카즈베크 산을 오르는 2,200m지점에 조지아인들이 가장 숭고하게 여기는 게르게티 트리니티 성당이 보인다.


한희원은

시인을 꿈꾸던 문청출신의 한희원은 조선대 미대를 나와 교사로 활동하다 1997년 '내 영혼의 빈터'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며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0여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2015년 양림동에 '한희원 미술관'을 개관했다. 화업 45년 만에 화가의 길을 침잠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일년 동안 작업활동을 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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