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이며 그 가치와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교육과 사회, 행복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10대 사춘기적에나 했던 철학적 고민이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이제는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레 몸에 배어들었나 싶었는데, 그것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했지만 변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사고가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다. 수개월 동안 계속되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키는 해외의 사례들과 신자들의 건강을 담보로 빗나간 믿음을 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국내 종교인들의 모습, 그것을 이용해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는 수많은 국내외 정치인들을 볼 때 이제는 인내의 한계가 느껴진다. 또한 소위 박사방, n번방이라는 인간이라면 감히 상상하기 힘든 사건의 주모자들과 동조자들을 보면서 딸아이들을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더불어 걱정이 앞서는 것도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이다. 벌을 받고 세상에 떨어진 천사를 통해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의 해답을 구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는 추운겨울 교회 앞에 벌거벗은 천사 미하일을 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으며, 사람에겐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아는 힘이 주어지지 않았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보편적 정의인 선이라는 명제가 사랑으로 귀결됨을 표현한 소설이다.
또 다른 단편 '세 가지 질문'이라는 소설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지금과, 마주하는 사람과, 선을 행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더 깊은 해석을 할 수도 있겠으나 톨스토이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삶과 죽음과 행복이라는 질문 앞에 '사랑이라는 이성 활동으로 일반 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적이며, 그 안에 올바른 행복이 존재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맹자의 '공손추편'을 보면 단(端)은 선(善)이 발생하는 시초이며, 사단(四端)으로 '남의 불행을 보고 불쌍히 여기고 측은하게 생각하는 측은지심,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 겸손하고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마음인 시비지심'의 네 가지를 정의하고, 이것을 각각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착한 본성(德)에서 발로된 것이라고 하고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인간의 본성은 본디 선하고, 인간의 선함이 위의 네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은 이런 최소한의 유교적 사고를 생활 속에서 배우고 몸에 익히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보편적 사고를 통한 이성적 잣대가 존재했고, 위계를 통한 자연스런 사회적 통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두(冒頭)에 언급한 최소한의 인간존중의 부재나 인면수심의 범죄는 이러한 통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심각한 사태이며 사건이다.
현대사회는 물질만능을 넘어 어느덧 물질절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가정에서조차 돈 때문에 패륜의 범죄가 저질러지고, 더러운 불로소득의 방법론이 아무런 이성의 채를 거치지 못하고 당연시 되는 요즘인 것이다. 이는 어느 누구 특정의 책임이 아니다. 어른이 부재하고, 올바른 교육이 부재한 현실에서 선정적 상업주의의 만연이 결국 우리 사회를 이런 절체의 상황으로 내몬 것이다.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꾸중과 함께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어른이 절실하고, 인문적 사고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인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제라도 개인과 사회의 여러 부문에 걸친 정체성을 자유라는 미명으로 덮을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숙의와 합의를 통해 보편적 기준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낮과 밤이 바뀌어 늦은 새벽까지 잠들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과거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본질에 대해 무수히 고민하고 탐구하던 수많은 이들의 빛나던 시절이 소중히 여겨지는 사회가 되기를 희구해 본다.
류승원 광주·전남 콘크리트 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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