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도 시민인터뷰] 임자대교 개통에 "배 끊겨 병원 못 갈 일 이젠 없을 것"

입력 2021.03.19. 16:00 이삼섭 기자
48년 임자도 거주 조경원씨
개통 전 2시간 거리 절반으로
만학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신안 임자도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온 조경원씨가 19일 임자대교 개통식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천지개벽의 기분이죠. 컴퓨터로 비유하면 도스 쓰다가 윈도로 바꾼 격이랄까요."

임자도와 육지를 잇는 임자대교가 개통한 첫날 48년을 임자도에서만 산 원주민 조경원(48)씨는 넘쳐흐르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임자도 주민들에게 이날 개통한 다리는 단순한 통행 수단을 넘어선 생존의 조건이다. 조 씨 또한 자신이 태어나 자란 섬을 사랑하고 그래서 지키고자 지금껏 있었다.

그러나 섬이라는 이유로 가족이 제때 치료받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그를 항상 무겁게 짓눌렀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이가 6살 때 조선대 병원에서 편도 관련해 큰 수술을 받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수술한 부위가 심하게 아팠다. 하필 그날 육지로 가는 마지막 배가 끊기고 난 직후였다"면서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다행히 경비정을 타고 바다 건너 응급치료를 받았는데 그날 파도까지 크게 치던 상황이라 바람만 조금 더 세게 불었으면 경비정마저도 뜨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 같은 섬에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머니 또한 신장 투석을 위해 목포로 주 3회 다니고 있는데 크게 시간이 절약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리 개통 전에는 인근 가장 큰 도시인 목포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 2시간이 걸렸지만 다리 개통 후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의료 여건이 개선되는 것만큼이나 기대되는 것은 그가 원했던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대학을 다니고 싶지만 그동안 교통이 열악해 다닐 수가 없었다. 조 씨는 "섬은 농업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관광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설날 임시개통 때 막내 아이가 지도 읍내에서 치킨을 사오면서 '이제 집까지 가지고 와도 치킨이 따뜻하다'고 좋아하던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다리가 연결된 압해도 주민들이 이제 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다닌다던데 우리도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이삼섭기자 seobi@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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