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가는 지역 자원, 문화명소로 재생하다

입력 2021.01.26. 13:55 이윤주 기자
신안 곳곳 섬마을 마을회관·폐교
소박한 관광·문화자원으로 변신
둔장마을미술관

섬 하나에 뮤지엄 하나를 조성하는 '1도 1뮤지엄 아트프로젝트'는 이제 신안의 브랜드가 됐다. 볼거리가 있는 섬을 만들어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선사하겠다는 것. 지난해까지 11곳이 완공됐고 11곳이 추진중이며 2곳은 계획단계다.

관광과 문화 그리고 생활밀착형 SOC확충을 내걸고 10여년 넘게 묵묵히 추진해 온 이 프로젝트가 빛을 발하는 것은 오래되고 낡은 기존 시설물을 재생시킨다는데 있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섬마을의 폐교나 마을회관에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들이 켜켜이 쌓여 이제는 다도해를 지키고 안내하는 문화발전소로 거듭나고 있다.

에로스서각박물관

◆빈 학교 매입 박물관으로

'1도 1뮤지움 아트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섬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폐교들이다. 인구감소로 비어있는 학교를 매입해 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등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비금도 대광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이세돌바둑기념관'을 비롯해 암태면 옛 동초등학교에 들어선 '에로스서각박물관'은 천사대교 개통 후인 지난 2019년에는 46만4천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또 '세계화석광물박물관'은 화가 김환기의 고향 안좌도의 옛 안창초를 수리해 조성됐다.

신의도 신의초 남분교장을 활용할 '동아시아인권평화미술관'과 장산도 장산초 동분교장에 건립예정인 '장산면 작은 미술관'도 모두 폐교를 활용한 공간들이다.

프로젝트에 포함된 사업은 아니지만 신안군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립을 추진할 '섬 생활사박물관'도 폐교를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중이다.

이세돌바둑기념관

◆50년 된 마을회관, 미술관으로

최근 자은도에 문을 연 '둔장마을미술관'도 좋은 예로 꼽힌다.

오래되고 낡아 한동안 방치됐던 마을회관을 주민들의 뜻을 모아 미술관으로 변신시켰다는데 의미가 크다.

둔장마을회관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반 주민들이 직접 나무와 모래를 나르고 벽돌을 올려 만든 공간이다. 50여년 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사용됐던 마을의 중심공간이었으나 건물이 노후돼 한동안 방치됐던 것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작은미술관 공모사업에 선정된 신안군이 마을 주민들의 뜻에 따라 리모델링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지난달 개관을 기념해 둔장마을 사람들과 그곳의 풍경을 담은 '둔장마을 사람들'전이 열렸으며 1004섬과 둔장마을을 그린 '자은慈恩: 3인 3색'전도 마련됐다.


◆기존 시설·자연경관도 모두 뮤지움

기존 시설물과 섬이 품고 있는 자연경관도 모두 뮤지움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도읍에 건립예정인 '자수박물관'은 노인요양병원을 리모델링하게 되며, 오래전에 건립된 철새박물관·소금박물관·조희룡기념관 등은 전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보완할 계획이다. 분재공원에 건립된 '저녁노을미술관'은 지난해 공립1호 미술관으로 격상됐다.

자연경관을 활용한 예도 눈길을 끈다.

하의도에 318점 조각상을 설치한 '천사상미술관'은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조성됐으며 비금면 명사십리해변에 조성중인 '바다의 문화시설'과 도초면 소국공원에 들어설 '대지의 문화시설'은 각 섬이 품고 있는 자연경관을 엮어 뮤지움으로 거듭나게 된다.

신안군 관계자는 "'1도 1뮤지움 아트프로젝트'는 신안 곳곳에 남아있는 자원들을 활용하는 부분이 많다"며 "신안의 섬과 바다 음식 등 천연자원과 아름다운 관광자원을 더욱 가치 있고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lyj200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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