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마량에 가고 싶다

@유지호 입력 2021.09.10. 15:55

"여수 밤바다 /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 네게 들려주고파 /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전남 여수에 갑자기 젊은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건 2012년 봄부터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가 젊은 감성에 불씨를 댕겼다. 그 해 열린 세계박람회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그 간 감춰져 왔던 여수 만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외에서 관광객들이 몰려 들었다. 이후 여수는 매년 1천5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가 됐다.

남도의 끝자락인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로 꼽힌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서다. 우선, 강진은 청정 바다와 탐진강을 끼고 있고 농토가 넓어 옛부터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다. '동 순천, 서 강진'이란 말처럼 맛이라면 내로라하는 남도에서도 음식으로 이름난 곳이다. 최남단에 자리잡은 항구인 마량(馬良)은 강진에서도 손 꼽힌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 덕분이다.

광어·전어 등 계절마다 상에 오르는 생선회와 전복·낙지·참꼬막·매생이 등 싱싱한 해산물, 된장물회와 장어탕 등이 대표적이다. 먹으면 봄이 오듯 젊어진다는 뜻을 지닌 회춘탕(回春湯)도 마량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젊은 감성을 유혹할 만한 소셜미디어 핫 플레이스다. 2006년 대규모 경관사업을 통해 평범한 어항에서 남도를 대표하는 미항으로 탈바꿈했다.

역사와 연계된 스토리텔링이 된다. 제주도와 육지를 잇는 가장 짧고 오래된 항로였다. 이름처럼 말과 인연이 깊다. 조선시대 떼배(뗏목)를 이용해 제주도에서 들여온 조랑말을 한양으로 보내던 곳이다. 지금도 바다를 건너 온 말이 육지에서 적응했던 목장 터가 남아 있다. 고려시대엔 강진에서 생산된 청자를 개경 등지로 수출하던 배들이 오갔다.

마량항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미스터트롯'으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은 임영웅씨가 지난달 말, 종편 채널의 한 프로그램에서 부른 '마량에 가고 싶다'가 히트하면서다. 노래는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를 정의송씨가 작사·작곡해 노래로 만들었다. "너와 내가 만나서 사랑을 노래한 마량의 고금대교 / 그날의 추억 그날의 낭만, 가슴에 남아있는데 … / 그리운 님아 마량에 가고 싶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의 계절. 산란을 마치고 연안으로 올라오는 전어는 9~10월 살과 지방이 통통하게 차오른다. 얇게 저민 전어회는 젓가락에 걸리는 대로 네댓 점씩 집어 된장과 함께 먹는다. 잔가시가 많아 씹을수록 쫄깃하고 담백하다. 기름기 잔뜩 머금은 전어가 연탄불 석쇠 위에서 타들어 갈 땐 '참새 방앗간'이 된다. 가을엔 비릿한 갯내에 더해 고소한 전어 향을 안주삼아 고금대교와 어우러진 마량항의 고즈넉한 풍광에 흠뻑 취하고 싶다.

유지호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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