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무등산 케이블카

@박지경 입력 2021.09.02. 18:15

MZ세대는 광주시를 '노잼도시'(재밋거리가 없는 도시)라 부른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재미 없는 곳이 대전시와 광주시라고 이들은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에 있는 여자친구와 사귀는 후배가 해준 말이다. 그는 두 곳을 오가며 연애를 하는데 갈 데가 없어서 항상 걱정이란다. 나 자신도 광주로 지인을 초대할 경우 어디를 데려갈까 걱정이 앞선다. 국립5·18민주묘지와 아시아문화전당을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기획초청이 아니면 힘들다. 너무 무겁다. 그래서 골프하고 맛있는 음식에 술 마시는 게 전부다. 광주시민의 자랑인 무등산을 보여줄래도 등산을 해야하는 고단함 때문에 포기한다.

그런데 오래 전부터 여기저기서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놓는 게 어떠냐'라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는 모노레일을 주장하기도 했다. 나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일단 광주에 볼거리·즐길거리가 없다는 점을 극복할만한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증심사나 무등산장을 출발해 정상을 넘어 화순적벽까지 가는 코스를 상상해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또 노인과 장애우 등 노약자들을 고려했다. 그들은 무등산을 멀리서 바라볼 뿐 직접 향유할 기회가 없다. 꽃이 피는 무등산, 단풍 만개한 무등산이 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등일보가 최근 광주·전남지역 여론조사를 통해 '광주시의 레저·여가시설 확충을 위해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물었다. '반대'하는 비율이 57.0%로 과반이었으며 '찬성'은 36.3%에 불과했다. 광주시민도 '44.3%대 51.4%'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예상했던 것으로 무등산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일반 시민들은 '무등산 개발'이란 말이 나오면 환경파괴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늘어나는 등산로와 케이블카 중 어느 것이 산림을 더 파괴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설사 케이블카가 조금 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늘어나는 효용성은 이 부작용을 충분히 상쇄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환경이 충분히 복원될 것이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 논의도 안한 상태에서 일찌감치 포기하는 누를 범하지 말자. 광주의 또다른 긍정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 박지경취재1부장 jkpark@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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