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이불킥'

@도철 입력 2021.04.04. 15:45

살면서 하지 않았어야 했을 일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생각해 보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매우 혼란스럽고, 괴롭고, 안타깝다. 이른바 '이불킥'감이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나면 후회할 일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주나라 때 강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뛰어난 능력과 학식을 갖췄지만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벼슬에 관심을 두지 않고 말 그대로 세월만 낚으며 살았다. 생활고가 계속되자 참지 못한 부인은 친정으로 떠나 버렸고 본인도 강가에서 늙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주나라 문왕이 강을 지나다 만난 강상과 대화를 나눈 뒤 지혜에 감탄하게 되고 그를 궁으로 불러 스승으로 삼았다. 강태공의 이야기이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부인이 찾아와 부부의 연을 다시 이어가자고 하자 강태공은 물 한 바가지를 떠오라 한다. 그리고 바닥에 그 물을 부으며 다시 담으면 부인으로 받아주겠다 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엎질러진 물'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오늘날 시간과 기회의 소중함, 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격언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강태공 부인 입장으로 바꿔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팔순에 정계 진출한 강태공을 평생 뒷바라지해야 했던 부인의 마음은 어찌했을까? 낚시만 하던 남편을 떠난 사실보다 출세한 전 남편을 찾아간 자신의 모습에 '이불킥' 하며 후회하지 않았을까? 자신만을 위해 전 남편을 찾아갔을까? 권력 유지나 재물을 탐하는 친정 어른들의 권유는 없었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은 정당했던 일과 행동이 내 주변인들의 피해로 연결될 때 자신의 정당성마저 묻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뜻과 달리 후회하지 않지만 후회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는 물론 관계인들 간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 지지하는 당이나 후보가 있겠지만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단 몇 개만의 사건을 거론하며 흥분하게 하는 '세몰이'식 유세다.

선거운동하는 입장에서야 바람몰이가 가장 쉽겠지만 유권자에게는 선거가 끝난 뒤 또 '이불킥' 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차라리 투표하지 않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의 순간도 여러 번이다.

도철 편집부부장 douls18309@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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