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샤우팅

@김현수 입력 2021.03.24. 19:05

샤우팅 (shouting). 포효하듯 소리를 내지르는 창법이다. 샤우팅을 듣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사이다 화법'이라고 한다. 어떤 정치인의 발언을 들으면 사이다를 마시는 것처럼 시원해진다는 의미다.

모처럼 지역 국회의원의 샤우팅이 목격됐다. '한전공대법'을 심사하던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부영 특혜'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했다. 정부·여당이 지역민에게 약속한 한전공대의 2022년 3월 개교를 위해선 이날 법사위 통과가 중요했다. 그래야 3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개교를 맞출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야당 의원들의 우려에 단호하게 답변하라고 다그쳤다.

장관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고 신뢰를 주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가 마치 현실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의 지역구가 '순천광양곡성구례갑''전남'이라고 질문하는 5분 동안 세번이나 강조했다.

소 의원은 "전남에 제대로 된 산업시설이 뭐가 있나. 방사광가속기 유치하려고 몸부림쳤지만 안됐다"며 "전남 사람들은 맨날 농사 짓고 고기 잡고만 살아야 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전남 지역구 의원들, 주민들은 속이 터진다"며 "600~700명은 아무말 안하고, 100명짜리(한전공대 학부 정원) 하겠다고 하는데 난리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정원이 600~700명이다.

소 의원은 또 자신의 대구고검장 시절 일화를 소개하며 영·호남의 격차를 지적했다. 그는 "1949년 전남 인구수는 304만, 경북은 320만으로 16만 밖에 차이가 안났다. 그런데 2016년에는 거의 100만 가까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전남이라고 해서 농업하고 어업만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전공대법은 전남의 신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매우 절실한 인재육성기관이 될 것이다"고 샤우팅했다.

듣고 있자니 속이 시원해졌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가슴은 멍해졌다. 왜일까.

김현수 서울취재본부 부장대우 cr-200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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