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투자와 투기 사이

@박석호 입력 2021.03.18. 14:35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투기 의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의 이해 충돌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과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비난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서민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데, 이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 추구에만 골몰한 것이다. 일부는 "우리는 투자도 못하냐?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다"라는 항변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투자'(投資)와 '투기'(投機)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투기는 생산과 관계없이 시세 차익만을 보고 자산을 매입하는 행위이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의 경우처럼 타인의 정보 등에 의해 오로지 수익만을 쫓아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단기간에 사고 팔아 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투기라고 일컫는다. 반면 투자는 투기와 같이 돈이 목적이지만 생산 활동을 전제로 거래 대상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의 전설인 워런 버핏은 "자산을 산 뒤 두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으면 투자이고, 밤잠을 설치면 투기"라고 했다. 가치투자 이론을 만든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기준이다"고 말했다.

이런 해석과 달리 현실에서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요즘 아파트와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투자 광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이 이상할 정도이다. 아파트와 주식, 비트코인을 사고 파는 것은 어디에 속할까. 시간을 멀리 내다보고 5년 뒤나 10년 가치를 보고 중장기적으로 자산을 구입했다면 그것이 투자라고 생각한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오늘 밤 자기 전에 생각해 보자. 나는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투기를 하고 있는지. 박석호 경제부장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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