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노장(老將)의 품격

@윤승한 입력 2020.10.29. 18:15

국내 최고 축구선수인 이동국(전북현대)이 마침내 그라운드를 떠난다. 프로축구 입문 23년만이다. 그는 소속 구단을 떠나 명실상부한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그에겐 '노장'이란 수식어도 늘 따라다녔다. 불혹을 넘긴 41살. 축구 선수의 평균 은퇴연령이 3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선·후배들이 하나 둘 2선으로 물러나는 순간에도 그는 묵묵히 그라운드를 지켰다. 그런 가운데서도 노장의 품격은 잃지 않았다. 그 힘들다는 그라운드에서 그는 20대 팔팔한 청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대표 골잡이로서 그 이름 석자를 확고히 했다.

그가 지난 28일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약해진 정신력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무릎 부상으로 조급해하는 저 자신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몸이 아픈 건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약해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팬들의 아쉬움이 크다.

가수 나훈아가 최근 방탄소년단과 임영웅 등을 제치고 10월 가수 브랜드평판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9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가수 브랜드 빅데이터 1억7천만여개를 분석한 뒤 이를 다시 소비자들의 브랜드 참여, 미디어, 소통, 커뮤니티 분석으로 도출해 낸 결과다.

그의 노래가 그만큼 인기가 높고, 또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74살의 가수가 20대들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을 제친 것이다. 누구도 예상 못했다. 빛나는 '가요계 노장'의 투혼이다.

오랫동안 팬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던 그가 돌아온 건 지난 추석연휴 한 지상파 방송을 통해서였다. 관객 없는 '비대면 공연'이었다. 공연 시간만 무려 3시간여. 고희를 훌쩍 넘긴 노(老)가수는 힘든 내색없이 특유의 열정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의 투혼은 바로 노장의 품격이었다. 그가 그날 선보인 자작곡 '테스형'은 지금도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노장의 품격 속엔 많은 사회적 편견과 육체·정신적 난관을 극복해낸 강한 의지의 향기가 그득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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