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국민의힘이 '국민의짐'?

@윤승한 입력 2020.10.22. 18:10

국회의 백미는 역시 국정감사다. 국회의원들에겐 가히 1년 농사라 할 만하다. 국정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른다. 스타 의원들의 등용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초선들에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고히 인식시킬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피감기관의 장이나 증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종종 소신 발언이나 사이다 발언으로 스타덤에 오르곤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위세가 시퍼렇던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국감에서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수사 외압 사실을 폭로해 정부와 검찰 지도부를 경악케 했다. 그가 남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지금도 회자된다.

국감이 한창인 요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발언이 화제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일 "국민의힘이 정말 '국민의짐'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해 소속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감에서였다.

경기도의 홍보비 과다 논란에 대한 국민의힘측 지적에 대해 이 지사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빌미가 됐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재명이 홍보비를 남경필의 두 배를 썼다"고 비난했었다.

이 지사가 이에 대해 "2016년 64억이던 홍보비를 2018년도 107억으로 두 배 가까이 올린 사람은 2017년에 예산을 편성한 남경필 지사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음해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앞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일단 꼬투리부터 잡고 보려던 국민의힘이 되레 역공을 당한 꼴이 됐다. 머쓱해진 국민의힘측이 경기도 국감에서 "너무 정치적 발언 아니냐"며 이 지사를 몰아세웠지만 이미 저울추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질의하는 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곧바로 '시원하다' '사이다 발언'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그럴 법도 하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엉뚱한 정쟁으로 코로나19 만큼이나 극도의 피로감을 유발한 게 정치권이고 보면 이 지사의 발언은 충분히 청량제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이게 민심이다. 또 다른 이 지사와 또 다른 청량제가 간절한 시국이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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