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의사면허도 철밥통?

@윤승한 입력 2020.10.11. 17:55

철밥통의 사전적 의미는 '철로 만들어서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다. 통상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인다. 이미지가 썩 긍정적이진 않다.

요즘 심심찮게 의료계가 철밥통 소리를 듣는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방침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부터다.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진 탓이다. 그들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심기가 그만큼 불편하다는 의미다.

의사란 직업에 사실 철밥통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생과 사의 최일선에서 헌신하고 고뇌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오히려 감사와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의사란 직업이 이런 비아냥의 대상이 돼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의료계 스스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의사란 직업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돼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성범죄와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 현장에 남아있다는 일종의 폭로성 자료다. 그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2018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이란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9년간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901명이었다. 강간·강제추행이 8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도 37명이나 됐다. 강도 8명, 약취유인 8명이었다.

문제는 이런 강력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그대로 의사면허를 유지한 채 의료현장에서 진료행위를 한다는데 있다. 권 의원은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최근 5년간 살인이나 성범죄로 인한 의료인의 면허취소는 단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단지 4명의 의사만이 비도덕적 진료로 자격정지 1개월 수준의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취소 규정이 없어서란 이유가 기가 막히다. 철밥통이란 비아냥에도 정말 할 말 없게 됐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고도의 도덕성과 인성이 요구된다. 그래야 군림하려 애쓰지 않아도 신뢰와 존경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집단이기주의적 요구에 앞서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우리 사회의 자정 요구가 또다시 그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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