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홍준표의 입

@윤승한 입력 2020.07.16. 18:20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항상 그가 있다. 일단 그가 입을 열면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전형적 '노이즈 마케터'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바로 그다.

홍 의원은 최근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 "피해자가 한명만이 아니라는 소문도 무성하고 심지어 채홍사 역할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했다. 정가를 뒤집어놓은 '채홍사' 논란이다. 채홍사는 조선조 연산군 때 미녀와 좋은 말을 모으기 위해 지방에 파견했던 관리다. 왜곡된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홍 의원은 "성추행의 주범은 자진했고… 방조범들은 엄연히 살아있고"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직설적이다. 그의 주장엔 성추행에 대한 단정만 있을 뿐 사자(死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근거 없는 '채홍사' 얘기로 고 박 시장을 연산군에 버금가는 왜곡된 절대 권력의 상징으로 조롱하고 있는 듯 하다.

고 박 시장은 서민의 행복을 기치로 내건 변호사이자 시민활동가 출신의 서울시장이었다. 3선을 거치는 동안 그가 보여온 행보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서민 대통령을 꿈꾸기도 했던 이였다. 사후 그의 빈소에 추모 인파가 줄을 이었다.

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뼈아프다. 의혹이 사실이고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 그의 잘못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성범죄는 극단적 선택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죽음이 조롱거리일 수는 없다. 그 잘못이 크다고 해도 그렇다. 고 박 시장은 한때 서민들의 존경을 받았던 정계의 큰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근거없는 의혹 제기는 자제돼야 한다. 홍 의원의 채홍사 발언이 비판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조차 "한때 보수정당의 대선주자까지 했던 사람이 단지 떠도는 소문을, 입에 담는 것을 넘어 글로 남기기까지 하다니"라며 개탄했다.

홍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해난사고'라고 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홍 의원의 이번 채홍사 발언이 무당(無黨)의 서러움에서 비롯된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나가도 너무 나갔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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