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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진정한 참회(懺悔)

@윤승한 입력 2020.06.04. 18:32 수정 2020.06.04. 18:52

자신의 잘못을 깊이 깨닫고 반성하는 게 참회다. 가해 당사자가 피해 당사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행위다. 누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가까운 혈육이라도 그렇다.

노태우 아들 재헌씨의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이어지고 있다. '참회(懺悔)' 논란이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함께 80년 5월 광주학살 원흉이다. 40년의 세월. 광주 곳곳에 그날의 상흔은 여전하다. 행불자들의 자취는 여전히 오간데 없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씻을 수 없는 한(恨)으로, 살아남은 자들은 잠재된 죄의식으로 매년 5월만 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죄하면 용서하겠다'는 바로 그 '5월 광주' 앞에 정작 학살 책임자 노태우는 단 한번의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단지 그의 아들 재헌씨만 몇차례 5·18묘역을 찾아 영령들 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 게 전부다.

가해 당사자가 빠진 사죄는 사죄일 수 없다. 더욱이 사죄가 아닌 사죄에 용서란 가당치 않은 일이다. 5월 광주는 재헌씨가 아닌 노태우를 향해 정말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는지 되묻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참회 논란'의 요체다.

재헌씨가 광주를 방문한 건 세차례다. 지난해 8월과 12월, 그리고 지난달 29일이었다. 그는 5·18묘지를 찾아 아버지 대신 영령들 앞에 사죄했다. 5월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앞선 방문에서 했던 '진상규명 협조' 약속을 다시 하기도 했다. 광주는 그런 재헌씨를 따뜻하게 맞았다.

재헌씨의 노력을 평가절하할 일은 아니다. 대리사죄를 통해서라도 아버지의 잘못을 나눠지고픈 그의 진심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전두환과 비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5월단체들은 지난 3일 이와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노태우씨 가족들이 아버지의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하고 있다는 등의 언론 보도를 흘리면서 몇번의 묘지 참배로 마치 5·18학살의 책임을 다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헌씨의 사죄가 노태우의 '참회'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참회는 학살 책임에 대한 고백과 사죄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용서도 가능하다. 그건 오롯이 가해 당사자인 노태우의 몫이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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