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한복, 그리고 교복

@윤승한 입력 2020.05.07. 18:21

한복은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전통한복을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상·관습·행위·형태·기술 등의 양식과 정신이 깃든 한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자는 저고리와 치마 위에 배자와 마고자를, 남자는 저고리와 바지 위에 조끼와 마고자 등을 입는다.

이 사전에 따르면 1600여년간 이어진 고유 한복의 전통성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 고구려 고분벽화(4∼6세기)와 신라·백제 유물로 확인할 수 있다. 한복은 우리나라 기후와 우리 몸에 최적화된 옷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한복하면 우선 떠오르는 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번거로움이다. 그 번거로움 속에 불편과 여유가 공존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Irony)다. 아쉽게도 이로 인해 한복도 시대의 흐름을 비켜가지 못했다.

요즘엔 일상 속에서 한복 입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혼식이나 칠순·팔순잔치와 같은 격식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만 겨우 볼 수 있다. 입진 않지만 갖고는 있어야 할 옷쯤으로 위상이 변화됐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갖추기 보다 대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 개량 한복이다. 편의성을 높여 일상 속에서도 가볍게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전통 한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질감 속엔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성복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전통의 맛이 녹아 있다.

정부가 한복과 교복을 접목한 한복교복 사업을 추진한다. 우리의 전통문화인 한복을 일상 속에서 되살려보려는 시도다. 시·도별 총 20개 중·고등학교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한복교복을 입혀보자는 것이다. 대상 학교 선정을 위해 6일부터 공모에 들어갔다. 오는 29일까지 접수받는다.

무상교복 학교와 지원을 받지 않는 학교로 구분된다. 무상교복 학교엔 한복 디자이너가 맞춤형 디자인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무상교복 학교가 아닌 경우엔 시제품 제작에 더해 교복 구입비까지 3년 동안 학생 1인당 3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빠르면 올 2학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학생들의 한복교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내구성과 기능성을 두루 갖춘 활동하기 편한 교복을 만들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기대된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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