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봄이 왔는가

@김영태 입력 2020.03.15. 18:10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계절은 봄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뺨을 간지럽히는 훈풍과 함께 찾아오는 봄. 대지는 물론 인간 누구에게나 감미롭게 다가온다.

매서운 추위에도 향기를 팔지않던 매화는 이미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피어났다. 곧 있으면 봄의 만개를 알리는 벚꽃이 이 산과 저 들녘을 눈부시게 장식할 것이다. 기상청은 오는 27일께 벚꽃이 개화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낼거라고 예보했다.

봄날을 찬미하는 노래들은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백설희가 불렀던 '봄날은 간다'는 봄날을 대표하는 대중 가요다. 수많은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바이벌되고 있다. 사모(思母·어머니를 생각함)의 정을 담은 노랫말에 곡을 붙인 노래는 간절하고 허허롭다. 계간 '시인세계'는 한때 당대 시인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우리 대중가요에서 가장 좋은 노랫말로 뽑았다.

1930년대 대한민국의 문단을 대표했던 소설가 김유정의 작품, '봄봄'또한 우리에게 익숙하다. 1935년 12월 '조광'을 통해 발표돼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주인공 점순이와 데릴사위로 들어온 '나', 그리고 장인과의 갈등 관계를 해학적으로 풀어내 문학적 평가가 고졸(古拙·예스럽고 소박)했다.

어느 결에 봄 내음이 코 끝을 유혹한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면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청아해질 거다. 하지만 이번 봄은 그리 반길만한 계절이 못될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세상이 잔뜩 움츠러든 때문이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동방규는 '춘래불사춘'이라는 시(詩)로 '봄이 봄같지 않음'을 탄식했다. 중국의 한(漢) 왕조를 겁박하던 북방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정략 결혼 당사자로 뽑혀 만리 먼 북행길을 떠난 왕소군(王昭君)의 심정을 빗대서다.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는 쓸쓸하고 처량함을 더 한다.

정녕 봄이 봄같지 않음은 아닐 터다. 다만 사람들의 심경이 봄날을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기 버거울 뿐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아니 봄날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하지만 가혹한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이를 끝내 극복해낸다면 봄은 더욱 화사해 질게 틀림없다.

김영태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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