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지폐 소독

@윤승한 입력 2020.03.12. 18:20

지난 4일 한 중년 고객이 중국 상하이 쉬후이(徐匯)구에 있는 농업은행 지점을 찾았다. 그는 불에 탄 시커먼 지폐들을 교환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지폐는 100위안권, 50위안권, 10위안권 등 총 54장으로 액수는 2천위안. 은행측은 지폐 한장 한장을 확인한 뒤 1천90위안을 새돈으로 돌려줬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이 고객은 재래시장에 갔다온 뒤 혹 묻어있을지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하기 위해 지폐들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이같은 일을 당했다고 한다.

다음날 같은 지역 또다른 은행지점에서 비슷한 사연의 고객이 지폐 교환을 문의해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코로나19 공포가 부른 웃지못할 해프닝이다.

최근 지폐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단 바이러스가 물체 표면 위에서 어느 정도 생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WHO 관계자는 최근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폐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탄다. 다양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실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를 우려해 지난달 중순 회수한 현금에 대해 일정 기간 격리소독 조치를 단행했다. 확산지역 현금은 14일간, 비확산지역 현금은 7일간이었다. 위험지역 현금은 아예 폐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요 은행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자 이달 들어 지폐 위생관리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들어온 화폐를 최소 2주간 금고에서 보관키로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기간을 고려한 조치다. 일반 금융기관들도 본점 금고 방역과 함께 영업점 지폐에 대해 수시 소독키로 했다.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지폐 신권 유통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어쩌다 지폐마저 안전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코로나19 위세가 새삼 실감난다. 버티고 버티던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 대유행)을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초비상 상태다. 힘들고 두렵지만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 이럴 때 정말 필요한 게 서로에 대한 응원과 격려다.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새벽은 오는 법이다.

윤승한 논설위원 shyoon@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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