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코로나19’ 말실수

@박석호 입력 2020.03.02. 18:16

최근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에서 ‘말실수’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말실수’ 포문을 연 것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TK최대 봉쇄’ 발언.

홍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고위 당정협의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청도지역은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의 ‘TK최대 봉쇄’ 발언은 방역 전문 용어상 ‘감염 차단’을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용어 선택이 매우 부주의했다는 바판을 받았고, 야당 등 정치권과 대구·경북 지역민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는 결국 지난달 26일 대변인직을 불명예 사퇴했다.

또 다른 ‘말실수’는 그 다음날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코로나 확산은 한국인 탓’ 발언이다.

박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장관은 “이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는 것”이라며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발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민 정서가 민감해진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고 민·관이 합심해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의 연 이은 헛발질로 혼선만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데 툭하면 터져나오는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말 실수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복수불반’(覆水不返). 한 번 엎지른 물은 돌이켜 담을 수 없는 것처럼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말은 입속에 감춘 칼과 같다고 한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칼이 돼 상대방의 마음을 베기도 하고,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기도 한다. 반대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그 만큼 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온 나라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입’은 보통 사람보다 더 무거워야 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박석호 경제부장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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