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해안마을 여름철 보양식
주인장 솜씨 따라 맛도 달라
생물 끓여내거나 숙성시키기도
보드라운 살·구수한 국물 일품
남도에서 바다음식이 발달한 곳은 '좌여수, 우목포'라 할 정도로 바다와 관련된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여수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은 백천선어횟집, 구백식당, 광장식당, 화양식당이다. 이 식당들을 단골로 삼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맛집이라고 알려진 식당들을 가면, 아줌마의 손이 두툼하면 음식 솜씨가 좋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여수에 자주 들르는 단골집의 주인아주머니의 대부분은 나의 기준에 적합한 손을 보유한 음식 명인들이었다.
여수시에서 지정한 여수10미에는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여수한정식, 갯장어회(샤부샤부), 굴구이, 장어구이(탕), 갈치조림, 새조개 샤부샤부, 전어회(구이) 등이 있다.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게장백반, 서대회, 갯장어회, 갯장어샤 부사부, 서대회, 붕장어탕을 즐긴다. 여름철에는 갯장어 샤부샤부와 붕장어탕을 많이 찾는다.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주로 먹는 장어에는 종류가 많다. 장어에는 뱀장어(민물장어), 먹장어(곰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가 있다. 뱀장어는 '민물장어'라고 하며 바다와 강을 오가며 서식한다. 풍천장어가 최고로 대접받는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지역을 풍천(風川)이라 하고 이 지역에서 잡는 장어를 풍천장어라 한다. 풍천장어는 맛에 있어서는 최고로 친다. 민물장어는 독소 때문에 날로 먹으면 씁쓸한 맛이 난다. 그래서 회로 먹지 않고 익혀서 장어구이, 장어덮밥, 장어 초밥으로 먹기도 한다.
먹장어는 '곰장어'로 알려져 있으며, 숯불구이로 먹는데, 부산 자갈치시장의 구운 곰장어 구이는 살이 탱글탱글하고, 고소하고 담백해서 항상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통곰장어 샤부샤부는 통곰장어를 깨끗한 바닷물에 헹구고, 팔팔 끓인 물에 살짝 데쳐서, 먹을 수 있도록 자르고 초장에 찍어 먹으면, 통곰장어의 식감도 탱글탱글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갯장어는 '하모'라고 하며 여름철 남해안의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어가 갯장어다. 7월이 넘으면 갯장어에 기름이 가득 차 제맛을 느낀다. 붕장어는 '아나고'라고 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한때는 정력 강장 장어로 알려졌다. 붕장어는 회나 구이로 먹고 붕장어 살과 대가리와 내장을 넣어 탕으로 끓인다. 양념 된 붕장어 살을 숯불에 구워 먹으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느끼한 민물장어 맛을 압도한다. 붕장어탕은 남도 해안마을에서 여름철에 먹는 보양 음식이었다. 한여름이면 가마솥에 1m가 넘는 큰장어를 넣고 살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끓여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었다고 한다.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은 붕장어탕은 전국의 웬만한 횟집에서 취급 안 하는 식당이 없을 정도로 흔한 요리다. 통영에선 장어 대가리와 뼈로 육수를 내어 시래기를 넣어 끓인 '시락국'이 있다면, 여수에는 먹음직스럽게 붕장어의 덩어리 살로 끓여 나오는 통장어탕과 붕장어탕이 있다.
찬바람과 눈을 맞으면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말린 장어를 탕으로 끓여 나오는 목포의 만선식당의 마른 장어탕은 마른 장어살이 입안에 들어가면 독특한 발효 향이 묻어 나온다. 마치 목포에서 유명한 우럭 간국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주인장의 솜씨에 따라 조리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여수의 붕장어탕과 통장어탕은 별난 맛이 난다.
여수에는 붕장어탕과 통장어탕을 전문적으로 조리하는 식당들은 많다. 붕장어탕을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이 여수 공화동의 화양식당이다. 화양식당의 붕장어탕은 남도의 남해안 지역서 끓여 나오는 얼큰한 붕장어탕과는 다른 맛이 난다. 메뉴판에는 그냥 장어탕으로 되어 있다. 손님이 오면 막 잡은 싱싱한 붕장어로 끓여 나오는 붕장어 맛이 제일 좋다고는 하나, 화양식당의 붕장어탕은 숙성된 붕장어를 재료로 끓여 나오는데 붕장어 살이 입에 들어가면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 난다.
상아식당, 자매식당은 붕장어 대가리와 뼈를 고아낸 육수에 된장을 풀고 갖는 양념을 넣고 푹 끓여낸 통장어탕이다. 통장어탕은 매운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우려낸 국물 맛을 구수하게 맛볼 수 있다. 주문과 동시에 살아있는 장어를 잡아 즉석요리를 해 살이 탱글탱글한 맛이 난다. 통장어탕은 생선의 지리탕(맑은탕)을 연상시킨다.
붕장어탕은 고흥 녹동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여수의 화양식당의 붕장어탕과 맛과 비슷하다. 남해안의 모든 해안 지역에서도 붕장어탕이 나오나, 여수나 고흥 녹동의 붕장어탕과 통장어탕의 맛을 이기지는 못한다.
화양식당은 여수의 토박이 김진수(63) 시인이 섬 여행길에 소개해 준 식당이다. 김 시인은 필자와 동갑내기이면서 여수의 섬 여행을 즐기게 해줬던 고마운 친구다. 그가 주관했던 여수 섬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여수의 음식 중 맛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맛봤다. 화양식당에서 처음 맛본 붕장어탕은 맛이 독특했다.
화양식당은 여수 공화동 엑스포역 앞에 있다. 화양식당의 주인 장최영애(61)씨는 공화동에서 이사를 거듭하며 24~25년 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화양식당은 아침 일찍 찾는 손님들 때문에 오전 5시부터 문을 연다. 주인장은 여수의 새벽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오면서 출근한다. 사온 반찬거리는 주인장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맛깔스럽게 조리한다. 오전 5시 40분쯤이 되면 열두어가지의 반찬을 조리해 반찬 냉장고에 진열한다. 마지막에 2년 된 묵은김치가 2층 장독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장사준비가 끝난다. 반찬을 조리하는 화양식당 주인장의 손놀림을 보면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드는 재주를 가진 손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화양식당은 그날그날 조리해야 할 싱싱한 붕장어를 수산물시장에서 공급받는다. 손질한 장어를 구입하는데 큰 장어는 장어탕으로 쓰고, 깨장어(작은장어)는 구이로 조리한다. 배달된 붕장어의 손질된 대가리와 뼈는 육수로 우려낸다. 손질된 붕장어는 다시 식당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낸다.
붕장어탕은 육수에 넣어 끓인 붕장어 살이 부드럽게 풀어지면, 배춧잎과 숙주, 고춧가루, 마늘, 양파 등을 넣어 끓인다. 그릇에 담긴 붕장어탕은 손님상에 나오기 전 방아잎 몇 개를 올리고, 들깻가루를 뿌려 나온다. 방아잎은 장어의 비릿함을 덜어주고, 들깻가루는 국물을 텁텁하게 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천기철기자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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