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은 깨지고 강렬한 원색에 깜짝
황홀한 미디어아트·실용 접목 작품
대중화·국제화 새로운 가능성 알려
7일 찾은 목포 용해동 목포문화예술회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관에 들어서자 적색, 청색, 황색, 흰색, 흑색 등 강렬한 색으로 칠한 굵은 선 위로 붉고 푸르고 하얀 넓다란 천이 펄럭이는 모습을 담은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인 '오채찬란-생동의 빛'이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화선지 위에 검은 먹으로 자연을 담아낸 작품들이 즐비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전시관 입구부터 현대적인 미술 기법을 이용해 먹 속에 있는 다채로운 색상을 담은 수묵 작품을 보며 이번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곳에 마련된 7개의 전시실에는 전시회 주제와 일맥상통한 화려한 색감을 담은 수묵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예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흥미를 끌만한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강렬한 붉은 채색을 통해 주몽의 신화를 화폭에 그려낸 이만익 작가의 '주몽의 하늘'을 비롯해 파랑색과 검정색의 어우러짐을 통해 자유로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제여란 작가의 '어디든 어디도 아닌' 등 색채미가 빼어난 작품도 전시됐다.
1층부터 3층을 잇는 중앙 계단에 길게 걸린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은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를 디지털로 생생하게 표현해 수묵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수묵이 동양만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어 다양한 수묵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진도 운림산방 일원에 위치한 전시관에는 사진작가, 도예가, 가구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작품에 스며든 수묵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공예, 의류, 가구, 도자기 등을 통해 수묵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녹아있는지 알 수 있어 멀게만 느껴지던 수묵과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18년 남도 수묵의 예술성과 전통미를 전 세계에 알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오채찬란한 빛깔로 돌아왔다. 본래 지난해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앞에 개막이 1년 뒤로 연기돼 올해 선을 보이게 됐다.
1일 개막한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국내외 15개 나라 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내달 31일까지 목포와 진도 일원 6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로 직역하면 컬러풀한 수묵이라는 확장성을 담고 있다. 먹으로 흑색만 담는 것을 벗어나 황·청·백·적·흑 등 다섯 가지 원색으로 온 우주의 색을 담았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흑과 백'이라는 수묵의 단순화된 양식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는 다채로운 수묵의 변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이번 비엔날레는 '먹'의 농담으로 자연을 담아내는 '수묵'에 대한 통념을 과감하게 깨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아울러 지필묵으로 대표되는 재료적 한계에서 벗어나 서양화,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천연염색 등 다양한 장르와 먹색으로 설명되는 수묵의 고정관념을 깨고 붉은색과 파란색 등 원색의 다채로운 수묵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건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2018년에 첫 선을 보인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통해 우리 수묵의 전반적인 지형도를 보여줬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대중화와 국제화를 목표로 우리시대 수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의 장이다"며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적인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전통 뛰어넘어 수묵의 확장 가능성 주목하세요"
[이건수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
수묵의 대중화·국제화 '목표'
다채로운 수묵 작품 준비해
지역 예술인 협업에도 힘써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6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개막이 한차례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난 1일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흑과 백'이라는 수묵의 단순화된 양식에서 벗어나 현대에 맞는 다채로운 수묵의 변화 가능성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한 이건수 총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수묵의 대중화와 국제화를 목표로 수묵이 다른 장르와 분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의 장"이라며 "흔히 알고 있는 전통 수묵화뿐만 아니라 수묵 정신이 담긴 서양화,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수묵화비엔날레라고 하지 않고 수묵비엔날레로 명명한 이유도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이 감독은 "수묵화는 종이나 비단, 붓, 먹, 채색 등 동아시아적 전통의 재료와 기법을 이용해 그린 그림을 뜻하지만 수묵은 '물로 쓴 그림', '물로 그린 글씨'를 의미해 수묵정신을 담은 모든 현대미술을 수용할 수 있다"며 "전통 수묵화의 화풍을 고수하기보다 그 정신적 유산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해 수묵의 확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의 부대시설인 '아트페어 아트마켓'과 여러 체험관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에도 힘썼다.
그는 "지난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알리기 위해 '2020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 특히 국내 유명작가와 지역 청년 예술인 40여명과 함께 80여점의 다양한 장르의 수묵 작품을 선보였다"며 "이번 비엔날레에는 지역 예술인들의 수묵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페어 아트마켓'과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수묵 그리기 체험 프로그램 등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세 번째 전시관인 '유달초등학교' 2층 강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수묵 정신을 담은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였다"며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 속에서 가상현실(VR) 전시관도 좋지만, 이처럼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목포와 진도에 총 6개의 전시관에서 진행된다"며 "한 전시관에 가기보다 모든 전시관을 전반적으로 둘러 봐야 수묵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그 매력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 수묵화에 대한 선입견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 수묵의 다양성을 느끼며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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