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5월31일 대인동 문화공원 김냇과
폭포·강줄기·바위로 역사·민중 이야기
분청 조화 기법 활용 거친 선 '눈길'
18년 작업 여정 담긴 작품도 전시
6일 찾은 광주 동구 대인동 김냇과 입구에 새로운 작품이 걸렸다. 두껍게 올려진 면은 거칠게 긁힌 선으로 가득하고 무언가 응집된 듯한 모습의 바위가 화면 한 켠에 자리하는 이 작품은 '땅의 역사'. 이곳에서 8일부터 개인전을 갖는 송필용 작가의 이번 전시 대표작 중 하나다. '땅의 역사'는 송 작가의 첫 개인전 제목이기도 하다.
"1989년 서울과 광주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그때 주제가 '땅의 역사'였죠. 동학부터 80년 5월까지 100여년의 역사를 그려낸 작품들을 선보였어요. 이것들이 층위를 이루며 하나의 흔적으로 덩어리가 된 거죠. 바위처럼 곧고 단단하게요. 초창기엔 재현에 집중했다면 세월이 점차 쌓아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감춰지지만 틈새에서 우러나오게 표현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최근 5년 동안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폭포로 나타낸 '심연의 폭포', 바위로 나타낸 '땅의 역사', 강줄기로 나타낸 '역사의 흐름' 연작이다. 그의 최근 작업에서는 화면을 붓 끝과 나이프 끝으로 긁어낸 기법이 눈에 띈다. 때론 거칠고 때론 진득하고 때론 공명하고 때론 시적이다. 진흙처럼 두껍게 쌓아올려진 화면을 긁어낸 이번 작업을 두고 그는 "조화 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분청사기를 제작할 때 조각칼로 표면을 긁어 문양을 올렸는데 그것을 조화기법이라 한다. 무등산 분청사기에서 대표적으로 보이는 기법이기도 하다.
특히 이 조화기법은 '심연의 폭포' 연작에서 더욱 강조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거친 선으로 표현된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를 담아낸 화면을 곧은 소리와 정신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물줄기로 씻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몇몇 작품에는 그의 '심연의 폭포'와 닮은 시인 김수영의 시 '폭포'의 구절이 거칠게 쓰여있기도 하다.
그는 "25년 전부터 회화에 조화기법을 적용해 표현해왔는데 최근 5년 전부터 다시 즐겨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물감이 올라가며 선의 깊이가 깊어지고 더욱 거칠어졌으며 투박해졌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그가 1990년대 후반 사계절에 걸쳐 찾은 금강산에 대한 심상이 담긴 작품들도 눈에 띈다. 송 작가가 전통의 뿌리를 알기 위해 겸재 정선을 연구하다 찾은 곳이 금강산이다. 특히 '곧은 소리-구룡폭포'는 최근 폭포 연작의 근원이 되는 작품으로 1999년 그리기 시작해 2017년에 완성한 의미가 깊다.
"1980년 5월은 제 작업 세계의 근간으로 역사와 민중은 제게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전시는 저의 작품 세계가 더욱 내면화한 최근 작품들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했지만 실패한 작품도 많았습니다. 정말 어렵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내면화한 작품을 통해 더 큰 세계와 오늘날 정말 중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김혜진기자 hj@srb.co.kr
- 산에 안겨 강에 기대어 이어 온 우리네 삶 오상조 작 '영산강' 예로부터 산과 강은 아주 좋은 회화 소재였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은 산과 강을 애호하며 화폭에 담아 왔다. 왜일까. 산과 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지역 만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넘어 산과 강은 이들의 넉넉한 품에 안긴 민중의 정신을 이루는 뿌리다. 우리는 무등산과 영산강의 품에 안겨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같은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해 어미와 같은 무등산과 영산강의 소중함을 잊고 있지는 않나. 이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된다.광주시립미술관이 '무등에서 영산으로'전을 지난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본관 1, 2실에서 진행한다.이번 전시는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우리 지역의 미적 가치와 무등이 주는 인문 사상, 영산강이 주는 미래에 대해 조망하는 자리다.우리 가까이에 있어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 풍경, 삶, 문화, 역사를 회화, 사진, 설치, 아카이브 등에서 찾아본다.배동신 작 '무등산'전시는 소장작품을 통한 광주인의 삶과 멋,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시작해 무등산을 소재로 한 전통적 회화와 현대의 예술인 사진을 통해 무등산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기상을 보여준다. 대형 사진 작품은 점으로 우주와 같은 무등산을 그린 회화작품과 어우러져 무등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색다르게 선사한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대형 벽면 설치 작품은 무등산과 영산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며 영산강이 어머니의 강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계단을 지나서는 특별 섹션이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순수 소장품 중 1946년부터 1999년까지 그려진 무등산 그림 8점을 한 번에 전시해 20세기 화가들이 무등산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김형수, 양수아, 배동신, 임직순, 김영태, 박상섭 등 20세기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광주미술사적, 조형적으로 무등산을 살필 수 있다.정송규 작 '무등을 바라보다'아카이브 자료도 풍성하다.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배치하고 무등정신을 문화적, 사상적, 예술적으로 공부하고 체화해 새로운 무등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무등공부방의 미술작품과 활동자료 등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사진의 기록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꾸려진 5명의 영산강 사진그룹은 3년 간 계절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산강의 시원지인 담양에서부터 목포 하구언까지 136.66㎞를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강가를 따라 자리한 역사유적, 삶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산강에 대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 영산강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의미를 더한다.조진호 작 '소쇄원'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무등산과 영산강을 한 번에 다룬 최초의 대형 전시로 지역민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과 영산강에 대한 위로와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자리다"며 "이번 전시가 무등산과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 · 북극 예술 대한 인상, 양림동에 펼쳐내다
- · 따사로운 봄 '합창·발레·국악' 힐링 선사
- · 깊은 바다에 너와의 기억 묻은 지 10년
- · 도심 한복판서 받는 위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