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옐로우시티’, 미래를 디자인하다④] 고샅길 고흐들

입력 2021.06.02. 15:30 나윤수 기자
노란 해바라기, 담장마다 꽃 피우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자화상'…
북이면에는 걸작들 그려진 '고흐의 거리'
봄·가을엔 축제…상권 형성돼 일석이조
장성군은 천재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상징화를 통해 북이면에 예술이 깃든 아늑하고 따뜻한 ‘빈세트 반고흐 벽화거리’를 만들어  컬러 마케팅을 표현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 그와 장성은 노란색으로 만난다. 서른 일곱 살 나이로 요절한 반 고흐(1853~1890)는 살아생전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로 우뚝 섰다. 너무나 친숙한 네덜란드 화가다. 그런 반 고흐의 노란색 사랑은 유별났다. 교과서에 실린 반 고흐 작품 '해바라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노란색을 좋아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옐로우 마케팅을 꿈꾸는 장성과 반 고흐의 노란색 만남은 운명적이다. 반 고흐는 "그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 하겠다"는 마음으로 화가가 됐다. 하지만 숨질 때까지 1천여점의 그림중 살아 생전에는 단 한 점만을 팔았을 뿐이다. 당시 그의 그림이 너무나 혁신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유별난 노란색 집착은 그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렸지만 장성에서만큼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백양사가는길목에 위치한 장성 북이면 벽화마을 곳곳에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반 고흐와 운명적 만남

장성군 북이면의 백양사역은 정겨운 간이역이다. 한때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하루 다섯 차례 무궁화호만 들락거리는 동화 같은 역이다. KTX가 서지 않아 외지 사람들은 정읍이나 익산에서 무궁화로 갈아타야 한다. 백양사역에서 내려 한 200m쯤 내려오면 장성군 북이면 빈센트 반 고흐 벽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장성군은 천재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상징화를 통해 북이면에 예술이 깃든 아늑하고 따뜻한 ‘빈세트 반고흐 벽화거리’를 만들어  컬러 마케팅을 표현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우선 눈에 띄는 작품은 반 고흐 작품 중 최고라는 '별이 빛나는 밤에'다. 유달리 노란색 달이 아직도 선명하게 살아있어 옐로우 시티에 들어섰음을 느낄수 있게 한다. 이곳에는 '해바라기', '자화상', '밤의 카페테리아'도 만날 수 있다. 경매장에서조차 사라진 고흐 그림이 오늘날 장성 북이면에 떡하니 터를 잡아 눈을 호강시킨다.

지역 작가들이 공공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반 고흐 작품을 재연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스러져가는 장성의 이름 없는 북이면 한 고샅에 반 고흐 작품을 재연한 장성군의 아이디어가 놀랍다. 마을에는 반 고흐 작품 중 44개 작품을 엄선해 벽화로 그려 놓았다. 이렇게 그려진 반 고흐 마을의 노란색 혁신은 마을을 근본적으로 변화 시키고 있다. 지방 소멸시대를 맞아 특색 있는 색깔 마케팅 하나가 면단위 시골 마을을 어떻게 변화 시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백양사가는길목에 위치한 장성 북이면 벽화마을 곳곳에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 '반 고흐 거리'명소로 등극

장성군은 지난 2015년 볼품도 특징도 없던 북이면 뒷골목에 노란색 화가 반 고흐를 초빙하기로 한다. 이런 시골 뒷골목에 반 고흐 라니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선택은 탁월했다. 칙칙하기만 하던 시골 뒷골목은 어느덧 노란색으로 화사하게 피어났다. 그것도 '빈 센트 반 고흐 거리'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변신했으니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봄 여름 축제 때는 반드시 찾아야 하는 명소로 변했다.

방문객 김민선(61·여)씨는 "평범하기만 한 농촌 뒷골목을 자연 그대로 살리면서 고흐 마을로 바꾼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면서 "가만 놔뒀으면 이름 없는 골목도 뭔가 의미를 부여하면 상품이 된다"는 혁신적 상상력에 공감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코로나로 발길이 뜸하다. 찾아오는 것도 말리는 판이니 어쩔수 없다.

서울에서 찾아온 차주현씨는 "반 고흐 마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면서 "가을 황룡강 축제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시대의 아방가르드 반 고흐와 장성의 옐로우 시티 혁신은 그렇게 인연을 맺어 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백양사가는길목에 위치한 장성 북이면 벽화마을 곳곳에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 축제로도 만나는 반 고흐

반 고흐는 100여 년 전 평생의 동반자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색채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예언했다. 사실 100년 전 사람들은 당시 인상파 대가 고흐 그림을 '그리다 만 그림'정도로 폄하했다. 고흐의 혁신적 실험을 동시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장성 북이면에 반 고흐 마을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누가 지금의 변화를 상상했겠는가. 반 고흐 마을은 '색채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상상력이 발현된 곳이다. 노란색에 대한 도전과 변화의 아이콘 반 고흐가 장성 북이면에 되살아나 명품 마을을 만들었으니 "색채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는 반 고흐 예언은 적어도 북이면에서는 적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성군의 반 고흐 노란색 마케팅은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봄 가을에는 축제로 거듭난다. 지난 2015년부터 빈센트 반 고흐 노란 봄꽃을 정원으로 옮겨 축제를 연다. 장성역과 장성공원 일대에서는 매년 주제를 달리해 2015년 '편백과 튤립의 하모니', 2016년 '옐로우 시티 봄의 왈츠', 2017년 '쉿~ 비밀 코드 옐로우', 2019년 '옐로우 시티 장성에서 만나는 빈센트의 봄'등이 열렸다.

백양사가는길목에 위치한 장성 북이면 벽화마을 곳곳에 노란색을 즐겨 사용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 환경 개선·주민소득 향상 '일석이조'

가을 황룡강은 온통 노란 물결이다. 10억 송이 꽃으로 이룬 노란색에 사람들이 파묻힌다. 노란색 물결을 찾는 100만 인파는 반 고흐와 장성이 만나 이루는 노란색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특히 키 작은 해바라기는 고흐가 사랑한 해바라기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사람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노란색 꽃물결에 반 고흐가 왜 그토록 해바라기를 좋아하고 장성 사람들이 어떻게 노란색으로 세상을 바꿔 놓았는지를 비로소 맞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장성 북이면에는 빈센트 반 고흐 마을이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덩달아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반 고흐 마을에는 1935년부터 문을 연 유서 깊은 '사거리 장'이 선다. 지난 2016년 현대식 건물로 전통시장을 정비해 손님을 맞으니 환경도 개조하고 주민소득도 올리는 일석이조 현장이 반 고흐 마을이다.

장성군 북이면은 이제 그냥 시골 마을이 아니다. 옐로우 마케팅이 진가를 드러낸 혁신의 현장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장성을 상징하는 노란색 동반자다. 그의 색채 마술은 옐로우 시티로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 고흐가 노란색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었듯이 장성군은 노란색 물결로 장성을 바꾸려 한다. 장성이 펼치는 옐로우 시티는 이제 더 이상 꿈만은 아니다. 빈센트 반 고흐와 장성군이 펼칠 10억 송이 잔치판 노란색 가을의 만남이 벌써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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