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시티', 장성을 재발견하다

입력 2020.05.29. 11:15 양기생 기자
지역을 '브랜딩'하자 <10> 장성 '옐로우시티'
컬러마케팅, 지역발전 군민 행복 추구
고려시멘트 사일로 곳곳 ‘옐로우 포인트’
로우시티 조성, 주민 참여 활발
옐로우시티 디자인 적용 사례(노란색이 물들어가고 있는 장성읍 전경)

장성을 가로지르는 황룡강에는 주민들을 수호하는 누런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물줄기의 형상도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 황룡강에서 얻은 '옐로우시티(yellowcity)'는 장성의 브랜드가 됐다. 옐로우시티 장성은 사계절 노란꽃과 나무가 가득한 힐링도시, 먹을거리까지 노란색 도시로 재탄생 중이다.


◆ 공간…옐로우와 함께 작품이 되다

국도1호선 장성진입로에 서있는 옐로우게이트

파란색의 스페인 안달루시아, 하얀색의 도시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장성군은 하나의 '노란색 작품'이 되고 있다. 변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는'옐로우시티'는 장성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컬러 마케팅 브랜드다.

'옐로우시티'는 유두석 군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옛 건설교통부 재직할 때 영국 유학 중 관람한 첼시 플라워쇼에서 큰 영감을 얻었던 유 군수는 벤치마킹과 전문가 자문을 황룡강을 모티브로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구상해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역에 색을 입히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꽃과 나무, 예술과 디자인으로 지역 경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살기 좋은 부자농촌, 활력 넘치는 도농복합도시가 목표다.

노란꽃창포가 가득 핀 황룡강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광주에서 장성으로 향하는 국도 1호선 길목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장성의 랜드마크인 옐로우게이트이다. 2018년 9월 세워진 이 옐로우게이트는 장성군의 미래 비전인 안정, 상승, 희망을 형상화했다. '장성의 미래를 열다'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에는 장성이 대한민국과 세계 속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기를 염원하는 군민의 바람이 담겨있다.

옐로우시티 디자인 적용 사례(옐로우로 포인트를 준 장성읍 건물)

장성의 첫 인상을 결정짓던 고려시멘트 앞 진·출입 도로가 시원하게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세련된 조경과 노란색 조형물이 어우러진 곳으로 탈바꿈했다. 삭막했던 사일로도 노란 물결을 거스르며 비상하는 용의 모습을 담은 커다란 캔버스로 변신했다. 장성역 인근 역시 야외 갤러리와 흡사하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적재적소에 쓰인 노란색 조형물의 조화, 곳곳에 걸린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은 회색빛 도시에 생동감과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렇게 조성된 경관 디자인은 2019년 (사)한국디자인협회의 '올해의 공간 디자인' 대상 수상과 '대한민국 국토경관 디자인 대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대외적으로 높이 평가 받았다.

봄꽃 만개한 장성 황룡강

◆ 거버넌스…장성형 주민참여 문화 조성

군은 옐로우시티의 모티브가 된 황룡강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회복시키고 치수기능을 강화하는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변을 따라 3.5km 구간에 노란꽃을 심고 봄·가을 축제를 열어 100만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잡풀만 우거졌던 황룡강이 꽃창포, 꽃양귀비, 황화코스모스 등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강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거버넌스의 역할도 컸다. 사회단체 회원들은 매년'노란꽃잔치'축제를 위해 황룡강의 머리격인 황미르랜드에 해바라기 100만 송이를 직접 심고 가꿨다. 이렇듯 지역 경관 개선사업과 주민 참여가 더해진 황룡강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매력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산과 바다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내륙의 바다 장성호와 옐로우출렁다리

지역 내 회전교차로, 꽃동산, 읍·면 자투리땅도 군민들이 조성한 정원이 됐다. 쓰레기 무단투기로 골칫거리였던 곳도 주민들이 정원으로 바꾸며 '넛지(nudge) 효과'를 내고 있다. 군은 주민들의 거버넌스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까지 총 3회에 걸쳐 100명의 시민정원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옐로우시티 디자인 적용 사례(고려시멘트 앞 진입로)

옐로우시티 조성을 위한 군민의 참여는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 소유의 건축물에 옐로우시티 디자인을 반영하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군은 주민과 함께 옐로우시티 장성을 디자인하기 위해 연면적 200㎡ 이상의 민간 건축물에 대한 도장공사비를 지원하는 시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1차 사업비 8천400만원을 투입해 24개 건축물이 새롭게 디자인됐고, 현재 2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네이밍 선정단, 감성디자인단, 옐로우 나무은행 등 옐로우시티 조성과 관계되는 대부분의 과정에 군민, 기관 및 단체의 직접적인 참여가 기반을 이룬다.

유두석 장성군수

유두석 장성군수

"옐로우시티 브랜드로 장성의 새로운 미래 지도를 그리겠습니다"

옐로우시티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유두석 장성군수는 "옐로우시티는 단순히 건물의 벽과 담장을 노랗게 칠하고 노란꽃을 심는 사업이 아니라, 국토를 아름답게하고 후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과거 건교부 근무시절 강조했던 '국토를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을 지역에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작은 점들이 연결돼 선을 만들 듯 지역이 아름답게 가꿔지면 결국에는 국토 전체가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소회를 밝혔다.

옐로우시티 디자인 적용 사례(고려시멘트 옐로우포인트)

장성군은 지금 황룡강과 장성호의 인기로 '관광 장성'으로 성장할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필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KTX가 장성역에 재정차하게 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져 장성을 찾는 관광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 군수는 "황룡강과 장성호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축제기간과 주말이면 식재료 떨어져 브레이크 타임을 갖거나 일찍 문을 닫는 식당이 늘고 있다"며 "관광 활성화가 음식점뿐만 전통시장, 숙박업 등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대돼 지역 경제 성장과 직결되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첫 수확한 장성 황금사과

농업분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전까지 장성군의 농산물은 사과와 감으로 대표됐다. 군과 지역 농업인들은 옐로우시티에 어울리는 노란 빛깔의 황금사과와 샤인머스킷 등 옐로우프루트 재배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 군수는 "지난해 3년간의 노력 끝에 시범농가에서 황금사과를 첫 수확했다"며 "남부지역의 경쟁력 있는 품종인 황금사과를 옐로우시티 장성의 대표 농산물로 육성해 농업인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로우시티 추진으로 경관개선과 함께 각종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주민 생활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군은 그동안 LH 3차~5차 아파트 총 380세대를 유치해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했고, 고려시멘트와 함께 공장 부지를 새롭게 개발하는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인디브리움, ㈜모아종합건설과 북이면 백암리 일대에 관광·휴양·전원단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민간에서 추진하는 전원주택단지와 아파트 단지 조성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 군수는 "지역을 가꾸는 프로젝트로 시작한 옐로우시티가 점차 외연을 확장해 지역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안목을 가지고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보며 군민과 함께 장성군의 미래를 차근차근 디자인하겠다"고 말했다.

장성=최용조기자 young671221@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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