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부터 중학생까지 서툰 손길들 모아
한지인형 만들어 희망 전달·상처 치유
용서·반성 담아내는 모두의 작품 되길
[518명에게 듣는 5·18의 미래 <14> 김유경 한지조형작가]
"그분들의 희생과 아픔이 과거에만 머물지 않았으면 해요. 아이들에게 '5·18이 민주주의 희망이었다'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알려주고 싶어요."
13일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한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김유경 한지조형 작가는 작품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의 밝은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5·18의 무서움을 담아내는 작품이나 자료들이 많지 않느냐"며 "아이들이 기존 자료들을 보고 '잔인해요'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5·18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직접 느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 작가는 "캐나다에서 작가로 활동하던 중에는 5·18에 대해 왜곡된 사실을 믿고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며 "인식 변화에 내 힘과 기술을 보태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작가는 보다 밝은 표정을 한 한지인형들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평화를 사랑하며, 누구보다 행복을 바라는 오월 열사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 가급적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싶었기에 작품활동은 유족회, 중학교, 고려인마을 등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됐다. 김 작가는 그 중 오월 유족들과 함께 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김 작가는 "한지인형의 옷을 정하는 도중, 가족을 잃은 어머님들이 '우리 아들은 한복을 못 입혀봤으니 한복을 입혀 달라고 요청하시더라"며 "마치 인형이 아들인 양 말을 건네거나 눈물을 흘리시는데,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의 희생과 아픔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있었고, 촛불혁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5·18이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작품활동의 1차적 목표는 518개의 한지인형을 완성하는 것이지만 힘이 닿는 한 많은 시민들과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싶다"며 "시민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속의 다양한 이들과 힘을 모아 용서와 상생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특히 전국 순회 전시, UN전시까지 진행하며 5·18을 알리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오월지키기대책위 "5·18조사위, 조사 결과보고서 폐기해야"
- · 박형대 전남도의원, 5·18조사위 보고서 관련 간담회 개최
- · 광주공동체 "5·18조사위 보고서는 왜곡·폄훼 빌미 투성"
- · 광주 찾은 이재명 "5·18 부정하는 반역집단 심판해야"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