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떴다던데? 질문에는 "기억 없다"
"조비오 신부 언급 불편했지만 기록"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에 대한 항소심 4번째 재판이 열린 가운데 전씨의 최측근인 민정기씨가 증인으로 출석, 증인 심문 형태로 진행됐다.
30일 오후 1시 57분부터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씨의 재판에는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서는 전씨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민씨는 이날 전씨가 5·18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실권자로서 군의 헬기 사격을 알 수 있는 지위였음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일빌딩 감정,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을 통해 규명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민씨는 전 보안사령관이 헬기를 타고 조종하겠다고 주장하거나 항공부대를 지휘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 되면 양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사람이 돼 군대의 명예가 훼손되는데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민씨는 "일반 사람들의 경우 성직자가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겠냐고 하는데 (전씨는) 평생 군 통수권자로 살고 국군으로 살기를 바란 사람으로서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여러 불편이 따르더라도 회고록에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민씨는 마지막으로 전일빌딩 탄흔에 대한 감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전일빌딩 탄흔에 대해 지난 번 감정신청했다가 기각된 사실이 있다"며 "국과수와 다른 방법으로 과학적인 확인 방법이 나오면 추가 증거조사 신청을 할 생각이다. 그런 방법이 없다면 변론 한 번 더 하고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측이 보안부대에서 일일 속보처리 작성과 광주수요사태 분석 교훈집 배포한 것, 소준열 사령관이 1996년 검찰 조사에서 '1980년 5월 조선대 뒷산에 헬기가 다녀갔다'고 진술한 부분 등에 대해 물을 때마다 민씨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축했다.
법원은 증인 심문이 끝난 뒤 다음 공판 기일을 9월 27일 오후 2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국군이 (정권 찬탈을 위해) 국민을 공격했다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전씨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봤다.
한편 재판부는 고령인 전씨가 지난 공판 기일에 출석할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던 점, 변호인을 통한 방어권 행사와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선고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했다. 전씨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최근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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