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 부적절·황당 쓴소리 봇물
반대론 온당 여부 판단 기회 제안도
지적·비판 이어지자 재반박문 게재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11일 자신의 SNS에 남긴 이른바 '5·18 저주시'가 논란이다. 함평 출신으로 광주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21살의 나이로 5·18을 겪었다고 알려진 최 교수는 '나는 5·18을 왜곡한다'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스스로를 최근 국회를 통과한 5·18역사왜곡처벌법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는 해당 법안이 5·18에 대한 토론과 평가, 대화 자체를 제약하는데다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매우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5월 단체와 학계, 법조계, 지역민 등은 최 교수가 법률 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섣부른 입장만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5·18 역사적 사실 영역에서의 허위사실 유포만 처벌할 뿐 역사 부인, 왜곡, 날조, 비방 등의 행위는 구성요건에서 제외돼 처벌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 교수가 구체적 검토 없이 섣부른 입장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간 일련의 역사 왜곡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했던 학자가 결과물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내놓을 자격이 있는가 하는 반문도 나오고 있다.
13일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무등일보와의 통화에서 "5·18 역사 왜곡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않으면서 표현의 자유만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의 논리라면 명예훼손과 모욕죄도 표현의 자유 억압 수준인 만큼 처벌해서는 안된다"면서 "공동체 내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는 외면한 채 자유만 주장하는 것은 해당 법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분석도 선행되지 않는 의견"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에서 역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윤동현씨도 "극우 인사들의 역사 왜곡에는 침묵하더니 어렵게 통과된 처벌법을 악법으로 표현한 그가 진정 석학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전남대 5·18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도 자신의 SNS에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허위 주장하는 극히 불온한 행위만 처벌하는 법"이라며 "최 교수가 법조문의 내용과 법의 제정 배경, 과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시를 썼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은우근 광주대 교수도 "그의 시는 거의 막말 수준으로 5·18 폄훼, 왜곡 세력에 동조하는 글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군사반란 가해자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어떠한 문제제기라도 해 보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자유주의자인 척 하면서 사실상 5·18 폄훼와 왜곡을 방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독단적이고 교만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의 의견도 이어졌다. 해당 법 개정 과정에 참여한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는 "'5·18역사왜곡처벌법'이라고 쓰고 '5·18허위사실유포금지법'이라고 읽는 해당 법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한 뒤 "해당 법안은 허위사실 유포만 구성요건에 담고 있을 뿐 5·18 부인, 부정, 반대하는 의견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 교수는 지적과 비판을 의식한 듯 이틀만인 13일 장문의 입장문을 다시 게시했다. 그는 "나는 5·18을 왜곡, 폄훼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는 중"이라며 저주시 게재 배경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도 "(5·18을)법으로 지키려 하는 것은 매우 나쁘다.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좌지우지 말라"며 역사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서충섭기자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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