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착해서는 옷매무새 단장만 치중
판결 내내 졸다 깨다 반복 방청석 응시도
‘반성하라’ 법정 복도 소란에도 태연
'말 조심해, 이놈아!'. 30일 광주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던 전두환은 "이 더러운 놈, 대국민 사과하라 이놈아!"라고 소리치는 시민을 향해 곧바로 신경질적으로 응수를 했다. 하지만 4시간여 후 광주지방법원에 도착, 재판에서 출석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전씨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자신에게 유죄 판결에 내려지는 동안에도 시종일관 피로한 모습을 유지했다. 알츠하이머 등 그간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 했던 것을 의식한 듯 보였다.
다만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직후 차에서 내려 20여초동안 중절모와 옷매무새를 고치는 등의 상식 밖 행동은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동행한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피고인석 선 전두환은 "피고인 본인 맞습니까", "생년월일 맞습니까"를 묻는 재판장에 두 번 모두 명확하게 "맞습니다"고 답변했다.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청각 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한 전씨는 김정훈 부장판사가 판결 이유 설명문을 낭독하기 시작하자 눈을 감았다. 이내 턱을 왼쪽 재판장을 향해 숙인 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은 전두환은 졸기 시작했다. 재판 시작 22분쯤 지났을까 잠깐 눈을 뜬 전두환은 3초 가량 방청석 전체를 살피 듯 천천히 응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오후 2시26분께 법정 앞 복도에서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외침이 들리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지만 전두환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재판장의 1시간여 남짓 이어진 판결 이유 낭독에 이어 '훈계'에도 눈을 감고 꿈쩍 않던 전두환은 김 부장판사가 기립을 명령하자 그때에야 비로소 잠에서 깼다.
"피고인 전두환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
재판부의 유죄 선고에도 전두환은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지난 2년5개월여 간 이어진 재판 내내 줄곧 무죄를 주장하던 모습과는 상반됐다.
다만 부인 이씨와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다소 상기된 표정을 보였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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