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이후 보안사령부가 5·18 관련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제작에 대해 조직적인 방해 시도를 하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경환 대안신당 의원 등이 공개한 ‘보안사령부 작성 5·18 관련 문건’ 중 ‘5·18 관련 정치 드라마 제작추진에 대한 우려 여론’에 따르면 군 정보당국이 방송사 경영진을 통해 드라마 내용 가운데 ‘5·18’ 당시 계엄군의 진압 장면 등을 순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5·18 관련자 처벌 요구 주장 등 국민 정서와 무모한 시청률 경쟁 등 방송 속성을 고려해 공보처 등 관계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담겼다. 또 ‘군을 악의적 매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최근 정국을 감안할 때 총선을 앞두고 특정 세력이 정치적 이용할 경우 정치적 혼란 우려된다’고도 했다.
해당 문건의 작성자는 ‘일부 예비역 장병 및 언론계 일각’의 “지역감정 자극, 특정세력에 의한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라는 여론을 자의적으로 인용, 당시 제작 또는 방영 중이던 MBC ‘4공화국’, SBS ‘코리아게이트’를 문제 삼았다.
또 다른 문건 ‘5·18 영화 『꽃잎』 총선용 활용 조짐’, ‘5·18 관련 영화 제작에 대한 지휘관심 요망’에도 5·18 진실 은폐·폄훼 시도가 나타난다.
문건에는 ‘DJ가 9월 하순 ‘꽃잎’ 감독 등 제작진을 자택으로 불러 아태재단 기금 지원을 약속하고 광주시장에 협조를 당부했다’, ‘영화 개봉 시 입장권 100만 매를 청년층에 배포, 5·18문제를 부각해 총선 득표전략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고 쓰여있다.
또 의견으로 ‘국가 공권력과 군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 미칠 소지’, ‘총선 분위기 영향 파급’, ‘특정 정치인의 광주문제 정략적 이용’ 등 비판적인 내용이 담겼다.
5·18민주항쟁동지회 등이 당시 제작 추진 중이던 5·18 영화에 대해서는 ‘순수 시민군 시각에서 5·18을 조명하는 영화’라면서 거액의 제작비 국민 모금 활동 동향과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전했다.
또 ‘영화 제작이 성공할 경우 지금까지 소개된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군을 악의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각의 여론을 소개했다. 5·18 단체에서는 이 문건의 제작 시점을 1995년 전후로 추정했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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