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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수영도시 광주'만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입력 2020.11.01. 16:38 수정 2020.11.02. 19:13
<3>에필로그

'광주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고민의 출발점이었다. 광주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는 아니다. 쇼핑·식도락·자연경관 등을 우선시하는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매력적 요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항공노선과 접근성, 숙박시설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관광 측면에서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이유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광주의 도시관광 산업을 반전 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효과는 컸다. 미디어 노출 등에 따른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191개 국가에서 1만3천여명. 145개국에 TV로 중계됐다. 시청자는 총 10억9천58만2천여명.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만 33만2천여명에 달했다.

1년여가 흐른 지금. '도시관광 측면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거뒀나'. 개최 명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도시 브랜딩과 관광객 유치를 통한 수익 창출. 많은 예산 낭비 논란에도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여는 이유다. 광주대회에는 모두 2천36억 원이 들었다. 각각 시설비 732억 원, 운영비 1천304억 원이다.

긍정적·부정적이든 레거시(legacy·유산) 차원의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그래야 "수 천억원을 들인 단순 일회성 스포츠 이벤트"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 대회 유치 목적이었던 관광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수영대회는 일종의 수단이다. 이를 계기로 도시를 브랜드·마케팅한다. 2년 반 동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하고 필요했던 내용들을 담으려 했다. 결과·성과 위주로 제작된 백서와는 결이 다른 콘텐츠. 국내·외 홍보마케팅 전략과 관련한 총 952일 간의 기록들을 최초로 단독 공개하고자 나선 배경이다.


◆ '문서위조한 대회' 비수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2017년 5월 20일. 그 해 첫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봄철 산행객들이 몰릴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홍보를 준비했다. 홍보부스를 설치한 뒤 등산객들에게 대회 리플릿·기념품 등을 나눠줄 때다. 50∼6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 부스로 다가와 대뜸, "아! 문서 위조한 대회" "그래 신문에서 봤어. 이런 대회를 왜 하지" 하며 돌아선다. 그들의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여론은 싸늘했다. 수영 종목 특성상, '나와 별 상관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해외 보다는 국내, 광주가 더욱 그랬다.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라고 했는데…'. 논어에 나오는 글귀다.

설상가상. 이용섭 광주시장의 말처럼. 광주대회는 '짠내'나는 대회였다.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했다. 유치 당시 일으킨 논란 탓이었다. 사건은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시가 그 해 4월 국제수영연맹(FINA)에 유치 신청을 하면서 정부 서류를 위조해 제출했다며 당시 박근혜 정부는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제경기 지원법이 있는데도 그랬다.

2년여 뒤, 2016년 예산안에 대회 관련 예산이 일부 포함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 사건은 내내 발목을 잡았다. 예산은 물론 대회 개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았다.

개최 자체가 급했던 탓에 도시 브랜딩·마케팅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주요 스포츠이벤트 등을 개최 할 땐 도로·철도 등 기본 SOC와 특급 호텔·편의시설, 관련 인프라 확충·도시 환경 정비 등이 이뤄진다. 실제 수영대회와 규모가 비슷했던 육상대회(2011년)는 유치 당시 356억이었던 예산이 3천572억원으로 10배 가량 크게 늘었다. 광주는 예외였다. 도시 정비는 물론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고려할 여지가 없었다. 건설 사업비 대부분 관람석을 늘리거나 기존 시설 개·보수, 임시시설 설치 비용 등에 쓰였다.


◆ 부다페스트가 전환점

돌이켜보면 부다페스트대회는 주요 전환점이 됐다. 경기장 위치 등과 연계해 도시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표 관광지·랜드마크에 경기장을 만들었다. 다뉴브강 개막공연 덕분에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 세체니 다리가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것처럼, 도시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 자연스레 노출됐다.

광주·전남 언론들의 힘이 컸다. 그들은 도시 브랜드·마케팅에 주목했다. 부다페스트 현지 취재 등을 통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방송권을 지녔던 광주MBC는 개·폐막식을 생중계했다. 이 같은 지역 신문·방송·통신 등의 노력 덕분에 선수권·마스터즈대회를 개최했던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움과 마케팅 전략 등은 기사와 영상 등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선수권대회는 단순히 수영만 하는 대회가 아니었다. 여론이 조금씩 바뀌었다. 잘 준비하면 도시관광 측면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자신감이 컸다. 광주의 전략이 수정됐다. '광주의 상징성이 극대화 된 장소는 어디일까'. '최대 관심사였던 하이다이빙 경기장은 어디로 가야되는 지' 등을 놓고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개최 2년을 앞두고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부다페스트 사례를 통해 브랜드 전략·경기장 스토리·효과 등을 철저하게 점검했다. 슬로건·엠블럼·마스코트 등 대회 상징물이 재조명됐다. 경기장 2곳과 대회 개·폐회식 장소가 재검토됐다.


◆ 단순 문제 제기보단 대안에 집중

지역언론으로서 이 같은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고자 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결과물 보다는 과정에 집중해 흔적을 좇았다. 홍보팀장으로서 일했던 경험을 최대한 살려 슬로건·마스코트, 홍보대사 등 홍보물 제작 프로세스에 집중했다. 그래야 나중에 유사한 국제·국내 규모의 스포츠이벤트나 페스티벌을 개최할 때 참고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국내 주요 스포츠도시 관련 취재는 무산됐지만, 성공사례를 찾고자 했다. 평창과 강릉이 대표적이었다. 올림픽은 도시를 바꿨다. 정확하게는 강릉과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동해안의 관광지도를 바꿔놨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광주의 관광정책을 짚었다. 광주는 관광 친화도시는 아니었다. 관광정책 또한 방향성이나 일관성이 없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축제와 정책이 변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비엔날레·디자인비엔날레, 충장축제·프린지페스티벌·김치축제, 무등산, 송정시장·대인시장·남광주시장 등은 상호 연계없이 각각의 일정·프로그램 등에 따라 추진됐다. 구슬은 많았지만, 꿰려는 시도가 없었다.

객관적인 지표와 데이터(자료) 수집 및 관련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한 현실 분석·제안 등에 주력했다. 이번 기획시리즈물로 일부 대책이 나와도 근본적인 문제를 짚지 않는다면,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활용했다. 2013년 7월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지로 확정된 순간부터 2019년 7월 대회 개최 이후 올해 9월 11일까지 관련 보도(6천181건)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관광과 관련 699건을 따로 추려낸 뒤 대회 기간 인기가 높았던 관광 콘텐츠와 연계 관광 프로그램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 관련 건물과 장소, 역사·인물 등 도시 정체성 관련 스토리와 무등산·동명동 등 광주 만의 관광 키워드를 뽑아냈다.

또한 경쟁력 있는 관광마케팅 상품도 들여다 봤다. 방탄소년단(BTS) 등 K-POP 스토리와 광주·전남 생태 및 문화예술 관련 연계 관광 프로그램들이다. 전문가들도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국내 최고의 PR과 문화·생태 관광 전문가들은 ▲ 수영도시로서 도시 브랜딩 강화 ▲ 수영·문화 융복합을 통한 관광 마케팅 차별화 ▲ 광주 K-POP·문화예술 콘텐츠 등을 포함한 예술관광과의 연계 프로그램 개발 ▲ 광주 인공지능 산업 접목을 통한 관광 콘텐츠·인프라 구축 등을 제안했다.

광주시의 관광 정책이 바뀌기 시작했다. 예향(藝鄕)의 전통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차별화 된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 콘텐츠를 관광 행정에 도입하고 내년에 열릴 광주수영선수권·마스터즈 대회와 연계키로 하는 등 도시관광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는 것이다. 연계성이 없던 스포츠이벤트와 페스티벌, 대회 유산들이 '예술관광' 프로그램으로 묶였다.

광주의 미래 전략인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산업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콘텐츠도 개발된다. 수영대회 마스코트인 '수리·달이'가 대표적. 대회 레거시 차원에서 '광주 수달'을 인공지능으로 재탄생 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발 더 나가 수영 데이터·콘텐츠를 인공지능과 접목하고,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인 미디어아트·페스티벌 등의 소재로 활용해 브랜드화 하는 전략도 마련 중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수영은 도시관광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대회 참여를 위해 국내·외에서 선수들뿐만 아니라 가족·친구 등 응원단과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값싸고 맛있는 남도 음식과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축제 등이 이들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이 된다면 광주의 도시관광 경쟁력은 그만큼 커질 것이다. 광주가 보고 먹고 즐길거리가 많은 관광 친화형 도시로 기억되는 그날까지 지혜를 찾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덧붙이는 말

독자들이 쉽고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글쓰기에 주력했다. '내러티브 저널리즘(narrative journalism)'. 수영대회 조직위에서 홍보(마케팅)팀장으로 일했던 현장업무 경험과 당시 고민, 동료 직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서사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현장감 있는 전달을 위해서였다. 대회 마스코트였던 수리·달이를 '자기소개서' 형식에 빗대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 5권 분량의 2017·2018·2019년 업무수첩에 기록된 내용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업무 담당자 등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다.

또 하나는 무등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 된 콘텐츠 제공에도 노력했다.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와 데이터 등이 시리즈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대회 슬로건 '평화의 물결 속으로'를 만든 문순태 당시 주제제정위원장의 친필 문구가 대표적. FINA와 부다페스트 조직위원회 자료 등도 기사·그래픽 등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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