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아찔함과 아름다움, 카메라 앵글마다 담겼다

입력 2020.05.19. 11:56 유지호 기자
이제는 스포츠 관광도시 '스토리 광주'로 만들자
②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중> 경기장 스토리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장. 부다페스트 조직위원회 제공

"대회 준비과정에서 두 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전념했습니다(dedicated to). 첫째,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보여 주기 위해. 둘째, 경기장만 보고도 부다페스트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7년 7월 20일 오전 10시30분쯤(현지시각) 제17회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경기장인 두나 아레나(Duna Arena) 기자회견장. 개막 일주일째 대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스잔토 에바(Szanto Eva)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영업 비밀'을 꺼냈다. 개최도시 조직위가 주관하는 참관(Observer) 프로그램에서다.

광주(2019년)·후쿠오카(2022년)·도하(2023년) 등 수영대회·도쿄올림픽 등 조직위 관계자 70여명이 대상. 개막 전과 달리 표정은 밝았다. 외신의 호평과 경기장마다 뜨거운 반응 등 흥행 성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리라.

부다페스트대회 수구 경기장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도시 홍보. 파리·로마·비엔나 등 세계적 관광도시로 올라설 모멘텀이 필요했다. 세계수영대회 개최에 나선 이유다. 영웅광장과 국회의사당·마그리트 섬 등 대표 관광명소가 우선 고려됐다. 다뉴브강 개막공연 덕분에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 세체니 다리가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것처럼, 도시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레 노출됐다. '디테일'도 살렸다. 동선의 핵심은 다뉴브강. 호텔에서 각 경기장을 연결하는 셔틀보트 운영도 처음부터 계획됐다. '전 세계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지' 촘촘하게 고민한 결과다.

과거(중세)와 현재가 공존하는 스토리의 보고(寶庫). 부다페스트의 인상이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건 1987년. 아름다운 아르누보 스타일의 온천과 뉴욕카페, 오페라하우스·세체니온천·국립박물관 등 바로크·네오클래식 양식의 건축물 등이 시내 곳곳에서 그 자태를 드러냈다. "기본 물감과 도화지가 좋으니, 그림은 어느 정도…". 광주홍보관에서 헝가리어 통역을 맡았던 조수민(24·여)씨의 말이다. 10살 때 이민 왔다는 그는 "헝가리 사람들에게 광주를 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로맨틱한 잔상이 깊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 속 기차는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한다. "당신을 잃느니 당신의 반쪽이라도 갖겠소".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세 남자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는 1935년 군델(Gundel)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했다.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장. 부다페스트 조직위원회 제공

'자살 교향곡'으로 불릴만큼 슬프도록 매혹적이었던 같은 이름의 '글루미 선데이'를 밑바탕에 깔았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은 1938~1941년 프란츠 리스트 음악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8살 때부터 작곡을 했던 리스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불릴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났다.

경기장면을 잡는 카메라 프레임에 바이다후냐드 성(Vajdahunyard Castle)은 항상 노출된다.

◆한 폭의 그림같은 '하이다이빙 경기장'

7월 29일 오후 3시쯤 다뉴브강변 바티야니 광장. 섭씨 30도의 직사광선 탓에 이마와 등줄기에 연신 땀이 흐른다.

'뷰티샷',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을 마주본 채 27m의 아찔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하이다이빙. 카메라 앵글이 예술이었다. 선수들이 다이빙할 때마다 가장 뾰쪽한 검정색 첨탑과 돔양식의 자줏빛 반원, 하얀색 본관 건물의 정중앙을 차례로 통과한다. '도시 홍보는 저렇게 해야지'. 감탄이 절로났다. 의사당 지붕에는 1년 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날렵하게 솟있다. 첨탑의 높이는 96m로 헝가리 건국원년 896년에서 가져왔다. 길이만 268m. 축구장 2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길다. 현장 관중과 TV 시청자 모두 도시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설계했다. "멋집니다. 정말 좋아요. 장소가 정말 뛰어나네요" "고풍스런 의사당 꼭대기에서, 마치 다뉴브강으로 뛰어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관중들의 반응이었다. 밤이면 옷을 갈아입는다. 황금빛 조명의 아름다운 불빛이 강물에 어려 더욱 화려해진다.


◆싱크로나이즈드 경기마다 '바이다후냐드 성' 등장

(170731) -- BUDAPEST, July 31, 2017 (Xinhua) -- Michal Navratil of the Czech Republic competes in the Men's 27m High Diving final at the 17th FINA Aquatics World Championships held in Budapest, Hungary on July 30, 2017. Michal Navratil won the silver medal with 390.90 points.(Xinhua/Attila Volgyi)

영웅광장 옆 바로시리게트(Varosliget) 호수에 5천 석 규모의 임시풀로 만들어졌다. 국제수영연맹(FINA) 대회 최초 야외 경기장. 겨울철엔 아이스링크로 사용된다. 세계문화유산인 영웅광장은 관광 1번지다. 헝가리 건국 1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1896~1926년 조성됐다. 헝가리 마자르족의 역사와 그들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곳이다. 1900년 파리 세계엑스포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할 만큼 아름답고 역동적이다. 경기 장면엔 바이다후냐드 성(Vajdahunyard Castle)이 항상 노출됐다. 로만·고딕·르네상스·바로크 등 헝가리의 천년 건축의 상징. 5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100여개 온천이 있는 부다페스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세체니온천이 나온다. 1913년 지어진 네오바로크 양식이 성처럼 굳건하다. 동물원과 놀이공원이 가까이 있어 가족 단위의 온천객들로 항상 붐빈다. 이 모든 게 시민공원에 있다.


◆부다페스트 진주 '마그리트 섬'에 수구 경기장

(170731) -- BUDAPEST, July 31, 2017 (Xinhua) -- Steve Lo Bue of the United States competes in the Men's 27m High Diving final at the 17th FINA Aquatics World Championships held in Budapest, Hungary on July 30, 2017. Steve Lo Bue won the gold medal with 397.15 points. (Xinhua/Attila Volgyi)

헝가리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가 열린 27일 오후 8시30쯤 마그리트 섬(Margaret Island) 알프레드 허요시 경기장. 7천석의 관중석이 꽉찼다. 부둣가에서 함성 소리가 들릴 정도. 검색대 입구에서부터 경찰과 보안 요원이 곳곳에 깔렸다.

수구는 헝가리의 국민스포츠. 시드니(2000년)·아테네(2004년)·베이징(2008년) 등 올림픽 3회 연속 우승했다. 사연이 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 직전 옛 소련은 탱크를 앞세워 부다페스트를 침공, 대학생·시민 등 수천 명이 숨졌다. 당시 수구 준결승에서 소련과 '물속의 혈투'(Blood in Water)를 벌여 승리했다.

부다페스트가 다뉴브의 진주라면, 마그리트 섬은 부다페스트의 진주로 불린다. 13세기 수도원에 기거했던 마그리트 공주의 이름을 땄다. 전설이 하나 있다. 헝가리 국민들이 수영을 잘 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다. '아름다운 공주를 보기 위해 매일 헤엄을 쳐 다뉴브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허요시는 헝가리의 국민영웅. 1896년 첫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유명 건축가였던 그는 1930년 이 곳에 자신의 이름을 딴 경기장을 지었다. 유러피언 수구 챔피언십이 수 차례 열렸다. 마그리트 섬에 국기와도 같은 수구 경기장이 들어선 게 우연일까.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을 마주본 채 27m 아찔한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하이다이빙 경기장 모습.

유럽의 변방인 부다페스트는 서유럽 도시들에 비해 덜 알려졌다. 더딘 개발이 되레 약이 됐다. 문화·역사 유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 처럼 특급호텔도 많다. 그들은 도시관광 마케팅이 필요했다. 승부수는 통했다. 에바 사무총장이 말했던 컨셉과 개최 전략.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계기로 평소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경제 성장과 관광산업 발전은 레거시(Legacy·유산)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유지호기자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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