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드러난 국가 통제·감시 사회
그 명과 암, 예술적 시각으로 담아내
"시의적절 주제" 공감거리 던져 흥미
대로변에서 우리는 CCTV에 찍히지 않고 1㎞를 걸어갈 수 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길거리에는 얼마나 많은 CCTV가 설치돼있고 한 대의 CCTV는 얼마나 넓은 범위를 찍을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전염 질병인 코로나19로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국가로부터 감시, 통제 당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순간 내가 방문한 가게와 공간, 움직일 때 이용했던 교통 수단, 카드 사용처 등이 파악된다. 전염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지만 이미 이와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과도한 감시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적 시각 또한 대두되고 있다.
전염 질병 앞에 국가의 감시와 통제, 그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지역아시아작가전 '친애하는 빅브라더'.
앞서 우리는 CCTV에 찍히지 않고 1㎞를 걸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그럴 수 없다'가 정답이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CCTV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1대의 CCTV가 2.5명을 감시할 수 있을 만큼 설치됐다. 중국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덩 위펑은 '사라지기 운동'을 통해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낸다. 우리는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매일매일 CCTV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아이사 혹손의 '동물원'은 코로나19 상황 속 우리가 맞닥뜨리는 상황을 담아냈다. 실제로 작가는 지난해 홍콩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이 집안에만 머물러야하는 '락다운' 상황을 마주했다. 이에 자신을 포함한 팀원들의 하루를 생중계해 전시하며 동물원이라는 감시와 통제 아래 생명체를 가두는 일이 생명체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를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당시 전시됐던 자신들의 하루 하루를 편집해 8시간 짜리의 영상으로 만든 것으로 타의에 의한 통제와 고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연숙 작가의 '보이는 보이드'도 주목할만 하다. 하얀 커튼 사이를 지나다보면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거울은 거울이 아니다. 반대편의 사람은 거울을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 마치 취조실과 같다. 나는 반대편의 사람이 보이지 않고 나만 보이지만 반대편의 사람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이를 통해 작가는 나도 모르게 감시 당하고 있는 현시대를 비춘다.
지역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미디어아티스트 임용현은 '달콤한 트루먼'으로 sns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많은 이들에게 노출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한다. sns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오늘 자신이 무엇을 입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 지 등을 노출한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하나의 트루먼으로 만들고 있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 작품 또한 관객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2m 지름의 구체 안에 있는 눈에 작품을 보고 있는 관객의 모습을 비춘다. 작품 반대편 벽에 설치된 웹캠을 통해 관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처럼.
이밖에도 아시아 각국 4팀의 작품들이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더욱 도드라진 감시와 통제 시스템의 명암을 비춰내며 시기 적절한 사유거리를 던진다.
전시는 11월14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6관서.
김혜진기자 hj@mdilbo.com
- ACC, 청소년 음향 예술가 키운다 '방과 후 ACC 청소년 예비전문인교육' 모습. 방과 후 청소년이 음향 예술과 관련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다음달 1일부터 29일까지 매주 수요일 문화정보원 B2 미디어실에서 진로체험 프로그램인 방과 후 ACC 청소년 예비 전문인 교육 '사운드 아티스트'를 운영한다.'방과 후 ACC 청소년 예비 전문인 교육'은 문화예술 관련 진로를 체험하는 심화형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이 예술을 경험하고 예비 문화예술 전문인으로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과정으로 구성돼있다.'방과 후 ACC 청소년 예비전문인교육' 모습.특히 참가자가 소리를 예술 작품으로 연출하고 전달하는 음향 예술가(사운드 아티스트)가 돼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참여 청소년은 현직 음향 예술가와 함께 음향 장비를 활용한 기술과 표현 방법에 대해 배우며 활동 가능한 직군에 대해서도 알아본다.참여를 희망하는 청소년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수강 신청을 하면 된다. 선착순 15명을 모집하며 교육비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예술 분야 진로를 경험하려는 청소년을 응원한다"며 "소리 예술을 경험하며 스스로 자기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 방향을 모색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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