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세 치의 혀(舌)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입력 2020.03.05. 11:25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랍비의 집에 지혜로운 하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랍비가 하인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져 오라고 했습니다. 하인은 여러 생각 끝에 시장에서 양을 사서 그 혀를 고기로 만들어 가지고 갔습니다. 랍비가 맛을 보니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랍비는 하인을 불러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 오라하였습니다. 하인은 고민을 하다 전날과 똑같은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이를 본 랍비는 왜 똑같은 음식을 가져왔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하인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도,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것도 혀입니다. 사람의 기분을 달콤하게 하는 사랑스러운 말, 친절한 말보다 맛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악독과 저주, 원망의 말처럼 맛없는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혀로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기도 하고, 제일 맛없기도 합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치가 30cm 자의 10분의 1또는 3.03cm에 해당되므로 세 치면 9cm 정도를 말합니다. 겨우 9cm의 혀를 잘못 놀리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반면, 세치 혀가 꼭 부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세치 혀’를 돈과 원자폭탄에 이어 세계 3대 위력에 속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버드의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말하기 수업은 세치 혀를 잘 놀리는 방법 즉 잘 말하는 비법을 가르쳐서 훌륭한 리더로 교육한다는 교육철학에서 기반합니다.

저는 치과의사이다 보니 격언이나 속담에서 혀가 의미하는 내포적 의미 외에 실제 우리 신체에서 구강 내에 있는 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혀는 여러 개의 근육이 뭉쳐있는 조직으로 말하고 씹는 기능 뿐 아니라 맛을 느끼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혀가 움직이지 않으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의사전달이 어려워집니다. 음식을 씹을 때 혀는 음식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서 잘 씹힐 수 있도록 음식을 치아사이로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혀를 움직이지 않고는 침이나 물도 삼킬 수가 없습니다. 혀는 치아사이에 낀 음식물도 손을 사용하지 않고 빼 낼 정도로 매우 섬세한 움직임을 할 수 있습니다. 혀는 감각이 뛰어난 조직이기도 합니다. 입안에 미세한 먼지나 솜털이 들어와도 혀는 그것을 바로 느낍니다. 작은 혓바늘 하나만 생겨도 심한 통증으로 먹고 마시는 것이 고통스러워 집니다. 혀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둘투둘한 돌기가 있습니다. 이는 미각유두라는 돌기인데 이 돌기에는 미각 즉 오미(五味)인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을 느끼는 미뢰가 있습니다. 혀의 각 부분은 이 다섯가지 맛을 구분하여 느낄 수 있을 만큼 혀는 매우 예민하고 민감한 감각신경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혀는 다른 질환을 알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감기나 다른 전신질환으로 면역이 떨어진 경우에 혀에 하얗게 백태가 끼거나 혓바늘이 돋기도 합니다. 호르몬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경우 혀가 건조해지고 갈라지며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혀는 우리 몸의 안 좋은 변화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구강에 발생하는 암 중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암이 혀에 생기는 설암입니다. 설암은 흡연이나 음주, 나쁜 구강위생, 잘 맞지 않는 틀니나 보철물의 지속적인 자극에서 비롯됩니다. 설암은 수술 후 혀의 운동이나 감각이 저하되면서 다른 장기의 암보다 현저히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혀는 말을 통해 소통과 관계를 만들어 주는 역할,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주는 역할,우리 몸의 건강 신호를 담당하는 역할 등 정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삶에서 우리 자신도 모르게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혀의 소중함을 알고 건강하게 잘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세치 밖에 안 되지만, 사랑스러운 말, 고운 말을 쓰는 혀. 건강하고 깨끗한 혀가 우리 삶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합니다.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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