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죽녹원·해남 대흥사 등 곳곳 소개
국가정원 1호 순천만정원·선암사 눈길
풍경에 얽힌 삶·역사·문화 면면 오롯이
산, 강, 바다, 갯벌, 들녘은 풍경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특유의 풍류와 남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더해져 남도의 풍요로운 정경이 된다. 자연과 전통을 연구하는 저자가 '남도는 그 자체가 거대한 정원'이라며 그윽한 남도의 정경을 전한다.
최근 나온 송태갑씨의 '거기에 정원이 있었네'(美세움刊)는 '남도의 풍경은 무엇이든 창작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든다'며 그것이 만들어낸 공간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숲과 정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꽃과 나무, 풀 한 포기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또 다른 감동으로 그곳을 기억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내의 숨은 절경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까워서 보이지 않던,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남도의 숲과 정원은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색다른 매력과 정감 넘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숲과 정원 여행은 '정원도시' 담양의 죽녹원에서 출발한다. 죽녹원은 과거, 현재, 미래가 균형 잡힌 담양이 쇠퇴해 가는 지역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대나무밭이다. 한 해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효자상품이자 휴식과 치유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관방제림, 습지 등 생태도시를 향한 담양의 시도를 전한다. 소쇄원 외에도 담양에는 선인들의 삶의 향기가 그윽한 누정이 많다. 그중 연계정과 모현관을 소개했는데, 미암일기의 주인공인 유희춘과 조선의 로맨티스트 송덕봉 부부의 재치 넘치는 편지 배틀은 여유와 해학이 돋보인다.
정원 산책은 국가정원 제1호인 순천만정원으로 이어진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정원 속의 정원을 이루며 눈길을 끈다. 순천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실제 거주하며 풍경을 지켜가고 있는 낙안읍성과 선암사를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읍성마을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멋스러운 과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또 저자의 바람대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라며 애정을 드러낸 송산공원을 이야기한다. 이곳은 어느덧 숲을 이뤄 도심 속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캠퍼스에 장미정원을 가꿔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조선대 교정도 소개한다. 이미 시민정원으로 자리 잡은 조선대 장미정원은 삶터와 일터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숲과 물과 돌이 많은 화순으로 넘어간다.
강진은 서정시의 대가 김영랑의 생가와 모란정원이 떠오른다. 모란꽃 만발한 정원에 들어서면 '뚝뚝' 떨어져 버릴 모란을 기다리던 영랑의 상실감이 전해진다. 그리고 한과 희망이 뒤섞인 고흥 소록도의 중앙공원이 전하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자. 그다음에는 여름을 맞이한 수국과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전남 민간정원 제1호 쑥섬을 이야기한다. 섬을 가꾸는 정원을 닮은 섬사람들의 손길을 즐기며 곡성으로 발길을 돌린다. 곡성 기차마을에서는 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던 철로를 활용해 관광열차를 운영하며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항구도시 목포로 가면 목포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유달산 자락에 소담스런 정원 하나가 있다. 지역 기업가가 이웃과 지역사회의 도움을 나누고자 가꾸고 개방한 이훈동정원이다. 재개발 열풍에도 지켜내야 할 품격 있는 역사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또 생생한 역사체험 교육장으로 손색없는 보성 서재필기념공원에서도 우리가 지키고 알려야 할 역사문화의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다.
영광에서는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법성진 숲쟁이를 소개한다. 숲에 서린 법성포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정겹고 정원 이름의 어원 또한 재미를 더한다.
땅끝 해남에서는 두륜산을 품은 대흥사가 있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산지승원 중 한 사찰이다. .
이 책은 담양부터 해남까지 남도의 자연과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송태갑씨는 경희대에서 조경학전공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고 일본 치바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도시 디자인 및 정원을 연구했으며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학 방문연구원 과정에서 도시경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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