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추억의 공간 담백하게 그려
책 후기 표제 동요 악보 수록 눈길
22일 서울 홍대서 북콘서트 개최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학교 운동장과 골목길은 크고 넓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다시 찾은 고향의 학교 운동장은 이렇게 작았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눈에 들어온다.
최근 나온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윤미경 동화작가의 '커다랗고 작은'(키큰도토리刊)은 유년 시절에 추억의 장소인 학교 운동장을 매개로 쓰여진 작품이다.
키 높은 벚나무와 바다처럼 넓은 운동장을 품은 학교에 작은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운동장을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렸다. 벚꽃이 필 무렵이면 꽃잎을 가지고 소꿉놀이도 했다. 그네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두려움 없이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된다. 도시로 간 소녀는 그림을 그리지도 못하고 그네를 타지도 못한다. 이제 하늘 나는 법도 잊고 슬픔과 걱정에 쌓여 살게 된다. 걱정과 슬픔은 어느덧 소녀를 삼켜 버릴 만큼 커졌다.
도시 생활에 지친 어느 날, 소녀는 벚꽃잎을 보며 과거를 떠올리고 어릴 때 뛰놀던 학교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장난감처럼 작은 학교! 어느덧 커다랗게 자란 소녀는 조그만 그네에 올라타기도 한다. 소녀는 다시 그네를 타면서 걱정과 슬픔을 날려 버린다. 다시 하늘을 날아오르며 두려움을 떨쳐 버리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물음 하나가 뇌리를 스친다.
"어라? 이렇게 작았어?"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에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갔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그렇게 크고 넓어 보였던 학교는 손바닥만 하게 보이고, 높아서 간신히 올라갔던 놀이 기구들은 눈 아래로 보인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윤미경 작가는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던 덕분에 학교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지냈다. 그러다가 성장해서 학교에 다시 갔을 때, 어릴 적에 그렇게 커다랗게 보였던 학교가 너무 작아 보여서 놀랐다. 그 생생한 느낌을 담아 이 책을 만들게 됐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성장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윤미경 작가는 "살면서 힘든 일들도 작은 일에 불과하다는 느낌과 생각을 작품으로 그려냈다"며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겁고 편안하게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친근한 그림과 글을 실었다"고 말했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 어린 시절의 아늑했던 느낌을 주며 책 속에는 표제와 똑같은 동요가 실려 있다. 바로 '커다랗고 작은'이다. 작가가 책의 내용을 가사로 써서 노래를 만들고, 작가의 딸은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큐알 코드를 이용해 유튜브로 들을 수 있다.
윤 작가의 딸은 어느덧 대학생이 돼 동아리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윤미경 작가는 이번 책 출간에 맞춰 오는 22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 캠퍼스에 자리한 홍문관 2층 '파브리카'에서 '커다랗고 작은' 북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이날 행사는 임정진씨 사회로 작곡가 목선철씨와 음악감독 양정우, 가수 김지은씨가 참여한다.
윤 작가는 곡성에서 태어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지난 2012년 황금펜 문학상에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가, 2014년 '예민한 아빠'로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시간거북이의 어제안경'으로 2019년 MBC 창작동화제 대상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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