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범어사전' 출간
3천500년 연관성 밝혀
상고 역사 단서 제시
어원은 한 나라 언어와 문자의 뿌리를 밝히는 근거이자 발판이다.
지역 한 우리말 뿌리 연구가가 우리가 아직까지 알지 못했던 우리말의 어원을 명쾌하게 밝힌 '우리말 뿌리 사전'을 펴내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고흥 출신 김석훈씨가 최근 우리말의 어원과 역사를 담은 '우리말 범어사전'(다일라출판사刊)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사전 편찬을 위해 모니에르 윌리엄스의 옥스포드 범어사전을 정선(精選) 비교했으며 그 어원의 역사를 최소 3천500년 전이라는 결과를 규명했다.
그는 특히 1899년 모니에르 윌리엄스 경(卿)이 쓴 'A Sanskrit English Dictionary'(옥스퍼드 산스크리트 영어사전)에서 1천336개 항목을 선택, 우리말과 범어의 상관관계를 독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저술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적어도 3천500년 동안 초기 범어와 한자의 음운이 변치 않고 그대로 보전돼 훈민정음을 통해 이 세 언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씨는 어원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상고(上古)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로 제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초기 범어는 곧 우리 선조 동이족(東夷族)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사귀다의 어원은 '사키=친구'이다. 단지 그 어간에 '다'만 더 붙이면 사귀다(사키다)가 된다. '삼베'는 '베를 짜다'라고 그대로 나와있다. 아래 단어들은 옥스포드 범어사전 속에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사전의 첫 단어로 '가(歌)'에 주목했다. 범어로 'ga(가)', 한자어로 '가(歌)', 우리말 발음으로 '가' 등 이렇게 세 개가 일치하는 말은 우리말로서만 가능하다고 봤다. 이것은 한두 글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歌) 간(幹) 나(拿) 단(斷) 디혜(智慧) 따(地) 등 본문을 통해 100개 이상의 한자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그 이상의 말이 거의 비슷하거나 같은 음운(音韻)을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자(漢字·韓字)를 만든 주인공이 동이족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로 규정했다.
또 사투리의 본 뜻은 '왕족 및 무사'계급을 나타내며 그 말이 곧 '왕족 무사들의 언어'라는 뜻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왔다고 설파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고향인 고흥에서는 왕족의 언어로 사투리가 그대로 사용됐음을 밝혀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범어(산스크리트어)의 역사는 적어도 3천500년이며 본문의 많은 단어들은 그 하나하나가 우리말의 여정이자 긴 역사를 담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번 '우리말 범어사전』은 동국정운, 신증유합, 훈몽자회 등을 참조해 15세기 이후 음운의 변화, 타밀어와 그 밖의 인도지역의 언어들(카슈미르어, 힌디어, 우르두어, 네팔어 등) 및 라틴어의 일부 단어를 실어 우리말과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이와함께 흑피옥에 나타난 문자들을 통해 이미 고대에 한자(漢字) 등의 언어가 이미 쓰이고 있었고 그리스어와 카라마야어의 비교를 통해 그 언어의 밑바탕에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말이 근간임을 밝혀냈다.
'우리말 범어사전'은 초등생은 물론 중·고교생들은 물론 국문학 전공자들과 전문 언어학자의 연구교재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석훈씨는 "우리말을 쓰는 모든 이들이 우리말과 범어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며 "어원연구는 곧 우리의 역사연구로 사전을 통해 초기범어의 주인공은 우리 선조들이었고 우리가 그 주체였음을 말하기 위해 저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와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동북아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우리말 뿌리 연구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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