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은 있어도
김윤정 지음/ 쉼어린이/ 1만3천원
공존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은 차별과 편견으로 채워진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우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지만 전해지는 차별 사례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호주 시드니의 한 여자사립학교는 전염 가능성 때문에 한국계 여학생을 기숙사에서 퇴출키로 해 물의를 빚었고 이탈리아 로마의 유명 음악학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한·중·일 동양계 학생의 수업 참석을 금지시켰다가 빈축을 샀다.
영국의 한 패션 브랜드는 올해 런던 패션 위크에서 한국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국가 사람들의 입장을 금지시켰다. 런던에서 싱가포르 출신 학생이 구타를 당했고 동양인 세무사가 십대들에게 폭행 당했다는 기사도 외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한국학과 박노자 교수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연구자인 지인들이 네덜란드 출장에 갔다가 현지 청소년들로부터 '코로나 온다', '바이러스 온다' 등의 조롱과 손가락질을 당했다고 밝혔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등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 출신 셰프 이지연의 소식도 들려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우려에 빚어지는 인종차별에 항의했다는 뉴스였다.
이지연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알러지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다'라고 적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내가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지 말아달라. 동양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해서 아프다는 뜻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당장 눈 앞에서 펼쳐지는 차별에 대해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런 차별이 왜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한 책 '다른 사람은 있어도 틀린 사람은 없어'가 출간됐다.
인종차별 뿐 아니라 장애인, 외국인, 외모, 젠더에 대한 차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 개념을 쉽게 풀어 썼고 삽화를 첨부했다.
국내 사회에서 불거진 후 지속되고 있는 '남혐', '여혐' 등 혐오의 예, 인터넷 용어로 떠올라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앙 기모띠' 등 잘못된 표현에 대한 문제점 파악 등도 포함됐다.
저자 김윤정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로 아이 뿐 아니라 공공기관, 직장인 대상 인권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관과 폭력 예방 전문기관 등에서 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률 지원을 벌이기도 한다.
저자의 오랜 강연 경력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되는 차별, 혐오에 관한 사례들은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뉴시스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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