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호실의 기적(쥘리앵 상드렐 지음)=프랑스 신예 작가 쥘리앵 상드렐의 첫 소설이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살리려는 엄마의 좌충우돌 분투기다. 열 두살 ‘루이’의 엄마는 오로지 일만 생각한다. 이에 실망한 루이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길을 건너는데, 트럭이 루이를 들이받는다. 상황이 절망적이다. 4주 후에도 차도가 없으면 호흡기를 떼야 한다. 병원에서 돌아온 델마는 루이의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서 노트 하나를 발견한다. 달의시간/1만4천500원
▲아담의 첫 번째 아내(신승철 지음)= 신승철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폐출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순빈 봉 씨의 목소리를 여성들의 소설 이어쓰기를 통해 들려준다. 지아비(문종)에게 버림받은 여인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내밀한 공간에서의 은밀한 사랑이 그리움과 외로움, 처연함과 결연함 속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순빈 봉 씨는 종부소윤 봉려의 딸로, 1429년 문종의 두 번째 세자빈으로 책봉되지만 여종과의 동성애 스캔들때문에 1436년 폐출된다. 삼인/248쪽 /1만3천원
▲살인자에게(김선미 지음)=김선미씨 장편소설이다.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3회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소설 공모전(2019)’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유일하게 북적이는 유등 축제 기간,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고등학생 진웅이에게 특별한 손님 두 명이 찾아온다. 가족을 모두 죽인 뒤 자살하려다 실패해 아내만 죽이고 감옥에 간 아버지와 살인 누명을 쓰고 마을에서 떠나야 했던 형이 그 손님들이다. 연담/356쪽,/1만4천원
▲세계 여성의 역사(로잘린드 마일스 지음)=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한 번도 ‘등불을 든 여인’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망치를 든 여인’으로 불렸는데 조국의 국민들에게 전하기에는 그 이미지가 지나치게 거칠다는 이유로 ‘타임스’의 종군기자가 수완을 발휘해 수정을 가했다. 여성들은 권리를 위한 싸움을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다. 저자는 세계 여성의 역사는 페미니즘의 역사가 아니고 ‘여성’의 역사라고 잘라 말한다. 파 피에/ 520쪽/ 2만2천원
▲왜 창업인가?(백필규 지음)= 지은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금광사업에 뛰어들어 집안이 거덜나면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그는 대학을 나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취업인생을 시작, 30세가 넘어 일본유학을 가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퇴직 후 아들과 함께 세대융합형 공동창업으로 백문백답출판사를 만들어 이 책을 출간했다. 백문백담/ 432쪽/ 2만원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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